미국·이란 종전 기대감에도…K뷰티·패션은 '신중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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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종전 기대감에도…K뷰티·패션은 '신중모드'

이데일리 2026-06-18 07:2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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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유통업계가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동안 ‘신중모드’를 유지할 전망이다. 과거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변수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영 전략에 있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불확실성을 일종의 ‘기본값’으로 두고 사업을 전개하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일본 로프트 시부야점에서 진행 중인 'K코스메 페스티벌' 행사장에 히잡을 쓴 중동 여성 고객이 K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 화장품(뷰티)업체 A사는 최근 내부적으로 연간 단위의 사업계획 수립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반기 단위로 계획을 수립·수정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는 앞으로는 반기를 넘어 분기 단위로 쪼개 사업계획을 유동성 있게 수립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근 미국과 이란간 종전이 가까워지곤 있지만, 상황이 급변해왔던 전례를 감안하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클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뷰티업계에선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해 석유화학 기반 원부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원료, 용기, 포장재 등의 비용 압박이 컸다. 원가 인상 압박이 높아져 대형 뷰티업체들 사이에서도 대안을 수립하는데 골머리를 썩었다. 때문에 이번 종전이 현실화되면 업체들도 다소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K뷰티 브랜드들은 ‘반색’하기 보다는 여전히 조심스런 모습이다. A사처럼 내부 경영 전략을 더 촘촘히 정비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사 대표는 “최근의 상황(미국·이란 전쟁)이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곤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아직 안 끝나지 않았느냐”며 “외부의 이 같은 변수들이 이젠 디폴트(기본)가 돼 항상 같이 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경영자 입장에선 셈법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했다.

변동성이 커진 환율 문제도 이제는 기본값이 돼 버린 모양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아진 K뷰티 브랜드들은 고환율 효과를 볼 순 있지만, 반대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부 원료 및 포장재 등 원부자재 비용이 함께 상승하면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쟁·환율·유가가 하나로 묶여 움직이는 만큼 중소 K뷰티 업계에선 한동안 ‘불확실성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매우 ‘마이크로’한 경영 계획을 추진하려는 흐름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도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미국·이란 종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회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 정세 안정과 물류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국제 유가 및 운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지만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는 국제 정세 외에도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현재 시점에서 구체적인 비용 절감 효과나 사업 영향을 산정하기는 어렵다”며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국내 중견 패션기업 B사 등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가상으로 산정하고 ‘플랜B’ 전략을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비중이 높은 뷰티와 달리 패션은 여전히 내수 비중이 높아 환율에도 더 취약한 구조다. 실제 미국·이란 전쟁으로 비닐, 원단 등의 가격까지 대폭 오른 상태다. 하지만 가격에 민감한 업계 특성상 최종 소비자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오롯이 반영하기 어렵다. 때문에 최근 패션업계에선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직전 시즌 판매량과 보수적 성장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더(발주)를 줄이고 시중 중간중간 리도어(재발주)를 늘리는 식으로 재고를 줄이는데 신경쓰는 현 기조가 더 이어질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후폭풍은 한동안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방어’에 초점을 맞춘 경영 스타일이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해외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내 유통업계에도 일종의 ‘학습효과’로 자리한 모양새다. 과거처럼 긴 호흡으로 마케팅 전개나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는 게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분위기다. 때문에 이번 종전 합의에도 기업들은 더욱 신중태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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