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20% 뿜는 건설기계, 전동화 개조 허용해야[기고/임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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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20% 뿜는 건설기계, 전동화 개조 허용해야[기고/임기상]

EV라운지 2026-06-18 03:30: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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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수도권대기환경관리위원회 위원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 대수는 2025년 말 기준 2651만4873대다. 정부는 지난 20년간 자동차 배출가스를 관리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2000년대 초 m³당 40㎍대에서 지난해 17㎍까지 절반 이하로 낮췄다. 그러나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의 1% 수준인 지게차, 굴착기 같은 건설기계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이 1%를 놓치면 자동차로 거둔 99%의 성과마저 빛이 바랜다. 그 매연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흡연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대기오염은 한번 배출돼 흩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바다에 버린 오염수를 다시 퍼 담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화장치는 배출 전에 오염물질을 걸러낼 뿐이다. 유일한 해법은 배출원을 막는 것으로, 그 배출원이 바로 노후 디젤 건설기계다.

대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조기 폐차와 새 건설기계 보급이다. 조기 폐차는 멀쩡한 차체까지 버려야 하고, 새 건설기계는 가격이 비싸다. 30년간 정비 현장에서 보면, 차주에게 디젤 지게차는 힘 좋고 일 잘하는 손에 익은 연장이다. 자동차는 유행에 떠밀려 전기차로 갈아타지만, 도로 밖 건설기계는 눈에 띄지 않고 배출가스 검사도 없다. 감가상각이 끝나 부담이 없는 한 대를 수십 년간 대물림하니 바꿀 이유가 없다. 지원금을 늘려도 서울시 도로 밖 건설기계의 최근 2년간 조기 폐차율은 0.85%에 그쳤다. 현장이 외면하는 제도인 것이다.

답은 디젤엔진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 힘은 두고 매연만 걷어내는 데 있다. 지게차를 예로 들어 비교해 보자. 중국산 새 전동 지게차는 저출력에 화재 관리 장치도 없이 4000만 원대다. 국산은 디젤의 80∼90% 수준 성능에 가격은 5400만∼5800만 원으로 디젤 지게차 값의 두 배다. 제조사마저 디젤 판매에 안주해 5t 이상 전동 굴착기는 사실상 없고, 전동 지게차는 전국에 600여 대뿐이다. 새 장비 보급이 최선이지만 현실은 더디게 움직이고 있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길이 전동화 개조다. 디젤엔진을 전기모터로 바꾸는 방식이다. 지게차는 평형추로 뒤를 채운 무쇠 덩어리라 부식 없이 수십 년을 견딘다. 낡는 것은 차체가 아니라 디젤엔진, 곧 심장뿐이다. 심장만 바꾸면 힘은 그대로다. 정부 시험에서 견인력은 디젤과 사실상 같고 매연은 68%에서 0%로 사라졌다. 국산 배터리에 화재 관리 시스템까지 갖춰 안전도 새 전동 지게차를 앞선다. 다만 개조도 보증·사후관리 기준을 세워야 한다. 새 장비는 새로 사는 것만 바꾸지만, 개조는 운행 중인 노후 장비를 곧바로 무배출로 돌린다.

해외도 새 장비만 기다리지 않았다. 노르웨이 오슬로시는 노후 디젤 건설기계를 개조해 2023년 기준 공공 공사의 77%를 무배출로 바꿨고, 네덜란드는 보조금으로 개조를 돕는다.

바꿀 유인이 없으니 규제와 조기 폐차만으로는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부가 선택지를 넓히고 문턱을 낮춰야 한다. 조기 폐차를 강요할 게 아니라 개조라는 출구를 함께 주고, 차체가 멀쩡하면 개조로 유도하며, 공공이 먼저 전동 지게차부터 도입해야 한다. 도로 밖 건설기계에 배출가스 검사를 도입하고, 개조 지원은 새 장비가 자리 잡을 때까지 진행돼야 한다. 개조는 종착점이 아니라 전동화로 가는 다리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수도권대기환경관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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