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카운트다운上] 독일 기술 배우던 한국, 이젠 캐나다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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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잠수함, 카운트다운上] 독일 기술 배우던 한국, 이젠 캐나다가 찾는다

투데이신문 2026-06-17 21:06: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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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국내 기술로 건조한 첫 3000t급 잠수함 ‘장보고-Ⅲ’ 모습.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이 국내 기술로 건조한 첫 3000t급 잠수함 장보고-Ⅲ 모습. [사진=한화오션]

【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우리나라 잠수함 산업의 출발점은 독일이었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1990년대 초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1200톤급 잠수함을 처음 도입했다. 이후 선체 제작은 국내에서, 핵심 장비는 독일에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독자 개발과 국산화 가능성은 도산안창호함 취역으로 보여줬다. 2021년 해군 인도 당시 국산화율이 76%로 기록됐다. 국내 설계·건조에 성공한 세계 8번째 3000톤급 잠수함으로 이름도 알렸다. 독일에 파견됐던 기술 인력들이 귀국 후 실제 잠수함을 분해·분석하며 새로운 설계도를 구축하는 역설계 방식으로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한국 잠수함 기술의 발전사를 함께 써내려가고 있는 한화오션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 분기점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이 될 전망이다. 현재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운용 중인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해 3000톤급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으로, 30년간의 유지·보수·정비(MRO) 비용을 포함해 총사업비만 최대 60조원에 달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달 말 의회 회기 종료에 앞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가 잠수함 교체에 나선 이유는 노후 전력 대체와 함께 북극 안보 강화를 위해서다. 1990년대 초 영국에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은 30년 넘게 운용되며 교체 시점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해 군사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빙하로 뒤덮인 극지 해역에서 장기간 작전이 가능한 잠수함 전력 확보가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한화오션이 CPSP에 제안한 모델은 장보고-III 배치-II(KSS-III Batch II)이다. 도산안창호함(장보고-III 배치-I)의 후속 모델로, 한국 해군의 차세대 주력 잠수함이다.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이다. 캐나다가 제시한 고수준 필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검증된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한화오션의 ‘장보고 사업’은 장보고-I(1200톤급), 장보고-II(1800톤급), 장보고-III(3000톤급) 순으로 발전해왔다. 단계가 거듭될수록 선체는 대형화되고 작전 수행 능력도 고도화됐다. 특히 장보고-III는 배치(Batch) 체계를 적용해 세대별 성능 개량을 이어가고 있다. 동일한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두되 배치-I에서 배치-II로 넘어오며 추진체계와 탑재 장비 등 핵심 성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잠수함의 핵심 경쟁력은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다. 세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결합해 3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기존 납축전지 대비 충전 시간이 짧고 수소가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도 높다. 빙하에 뒤덮인 북극해에서 오랫동안 부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생존 능력 그 자체다. 여기에 디젤-전기 추진 특유의 저소음 성능과 최신 소음 저감 기술이 더해져 높은 수준의 은밀성까지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넘어 운용 측면에서도 차별화된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한다. 독일 측이 오랜 잠수함 운용 경험과 북유럽 국가 대상 레퍼런스를 강점으로 내세운다면, 한화오션은 상대적으로 빠른 납기와 대형 플랫폼이 제공하는 장기 작전 능력, 우수한 승조원 거주 환경 등을 경쟁 요소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장기간 작전 수행 능력은 북극해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III 배치-II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서도 최상위권 수준의 잠항 능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평가된다”며 “잠항 시간과 항속거리 등 핵심 성능 측면에서도 캐나다가 제시한 요구 조건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실전 성능도 입증했다. 도산안창호함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캐나다 서부 빅토리아의 에스퀴몰트 기지에 입항하며 눈길을 끌었다. 진해군항을 출항해 괌과 하와이를 거쳐 캐나다 서부까지 약 1만4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안전하게 항해함으로써 잠수함 건조 역량을 실물로 보여준 것이다. 하와이 출항 이후 진행된 항해 테스트에는 캐나다 해군 잠수함사령부 소속 승조원들이 승선해 운용성을 확인했다. 현지 언론은 한국 잠수함의 장거리 작전 능력과 독자 기술 기반에 주목했다. 일각에서는 “1999년식 혼다 시빅을 몰다가 신형 테슬라를 사는 것과 같다”는 비유도 등장했다.

특히 도산안창호급은 세계 디젤 추진 잠수함 가운데 최초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운용 능력을 확보한 플랫폼이다. 독일산 디젤 엔진(MTU 제품) 분야에서는 의존도가 일부 남아 있지만, 배터리와 전투체계 등 핵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독일과 대등하거나 앞서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이 한화시스템을 같은 그룹사로 두면서 잠수함 설계와 전투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체계통합 역량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다만 북극 운용 경험에서는 독일이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독일 계열 잠수함을 실제 운용해 유사 환경에서의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북극 환경 운용 경험만 놓고 보면 독일이 앞서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기술적으로 한국이 구현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며 요구 성능은 충분히 충족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국방기술학회 유형곤 센터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U보트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기술을 축적한 독일로부터 기술을 배우던 한국이, 이제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추고 같은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잠수함 산업의 성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기술을 배우던 후발주자에서 글로벌 경쟁자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이제 캐나다와의 미래 협력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검증된 잠수함 기술력과 캐나다 전역에 걸친 산업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캐나다의 안보 역량 강화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신뢰할 수 있는 장기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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