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종전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고환율로 인한 어려움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미주 지역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중소철강업체 대표인 A씨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원자재 비중이 높아 부담이 커진 데다 장기화되고 있는 고환율로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자동차·전자 분야의 대기업들도 해외로 생산기지를 많이 옮겨 국내에서 일감을 찾기도 어려워 올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20~3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수입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가 높은 제조 중소기업들이 고환율에 따른 '원가 폭탄'과 '납품단가 동결'이라는 이중고에 갇혔다.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원·달러 환율이 고스란히 원자재 구매 비용 증가로 직결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1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1500원대 환율이 고착되면서 원재료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석유화학, 금속가공, 기계, 식품 업종의 타격이 심각하다. 이들 업종은 기초 원자재 가격 자체가 환율과 동기화되어 있어 환율이 오르는 만큼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대기업과의 납품단가 협상 부담도 중소기업의 어깨를 짓누른다.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뿌리 깊은 원·하청 구조 탓에 고환율로 인한 영향을 중소기업이 감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환율은 1514원으로 1년 전인 2025년 6월 1354원보다 11.8% 상승했다.
대기업에 비해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회피) 수단이 부족한 수출 중소기업에게는 고환율 위기가 크나큰 악재라는 반응이다.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여오는 해외 부품 가격이 동시에 뛴 데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해상 물류비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엔 벅차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은 '환율 변동성'이다. 하루에도 수십원씩 뛰는 환율 흐름 속에서 환리스크 관리 인프라가 전무한 중소기업들은 내년도 사업 계획은커녕 당장 다음 달 원자재 발주 물량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 연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영업이익 측면에서 환리스크(환차손익)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25% 수준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현재의 고환율 위기를 중소기업이 감내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의 원가 이중고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닌, 거시경제적 충격에 따른 구조적 재난"이라며 "정부의 선제적인 환율 안정 기조 속에서 납품대금 연동제의 강제성을 높이고, 과감한 규제 개혁과 디지털 전환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이 스스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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