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삭감·연장수당 신설…사측 "실수령액 증가" vs 노동계 "불이익 계약"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HD현대중공업이 직고용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사측은 외국인 근로자들 장기근속을 지원하고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사측이 부당한 임금 삭감을 감행하고 계약 종료를 빌미로 불이익 계약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HD 현대중공업은 직고용한 일반기능인력(E-7-3) 비자 이주노동자 1천602명에게 개편 임금체계를 반영한 새 근로계약서를 제시했다.
새 계약서에는 기존보다 기본급과 고정적 수당이 수십만원 삭감된 대신, 월 30시간 연장근로를 전제로 한 40여만 원 수준의 '고정연장근로수당'이 신설됐다.
연장수당을 포함하면 총 급여액은 기존보다 20여만원 늘어나지만, 기본급 하락과 시간 외 근무 의무화에 대한 이주노동자들 반발이 컸다.
아울러 성과 차등 임금제가 도입됐고, 기존에는 급여에서 공제하던 식비가 하루 3끼 무상 제공으로 전환됐다.
이주노동자 상당수는 계약서 초안에 반발해 일주일가량 서명을 거부했으나, 사측이 기본급을 소폭 인상한 수정안을 재차 제시하면서 현재는 98.1%가 서명을 마친 상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들이 서명을 압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이주노동자가 울산이주민센터에 제공한 녹취록에는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 '비자가 나오지 않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측 관리자 발언이 담겼다.
노동계는 사측이 이주노동자들의 취약한 지위를 볼모로 불리한 계약 변경을 강요했다고 본다.
허중혁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부지부장은 최근 울산이주민센터에서 열린 '임금삭감 반대 결의대회'에서 "재계약과 잔업 등을 볼모로 일방적 계약 변경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 권리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선이 민주노총 울산법률원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 조건은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며 "재계약을 무기로 서명을 강요하는 것은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측은 이주노동자들 간의 불합리한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실질적 보상 수준을 높이고, 입사 시기 등에 따라 달랐던 보상 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취지"라며 "일부 구간에서 기본급 조정이 있더라도 식대 공제 폐지와 추가 보상 요소 반영 등을 통해 전체 보상 관점(총 임금)에서는 실수령액이 상당금액 증가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또 "새로운 임금체계로의 변경 여부는 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며 동의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새로운 제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던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재안내 등의 개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 측은 "이전 개편을 통해 조·중·석식 모두를 무상으로 제공할 방침이며, 식비 공제는 외국인들 임금 형평성을 고려해 고용노동부 지침에 의거해 시작한 것으로 법적 근거 없는 공제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지역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단체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울산이주민센터는 이날 오후 7시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 앞에서 새 근로 계약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연다.
오는 18일에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등이 울산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제도 개편 중단을 요구할 예정이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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