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인공지능(AI), 바이오헬스, 첨단 제조·로봇 분야를 앞세워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벤처투자와 연구개발(R&D) 지원, 해외 인재 유치 정책이 맞물리면서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가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는 최근 발표된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평가 자료를 통해 "서울은 사상 최고 수준의 벤처캐피털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풍부한 기관 자본, 우수한 기술 인재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 스타트업 투자 101억 달러…정부 지원도 역대급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지난해 약 101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회복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2025'를 출범시켰다. 총 4억7500만 달러 규모로 조성된 이 펀드는 해외 투자자와 민간 투자자들이 공동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AI와 딥테크 중심의 '슈퍼갭 트랙',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지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트랙' 등을 통해 미래 기술 분야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 역시 '서울비전 2030 펀드'를 통해 약 3억59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AI 분야를 별도 전략 분야로 지정했다.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됐다. 정부는 2025년 국가 R&D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220억 달러를 편성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 예산도 113억 달러 규모로 확정했다.
◇ 글로벌 인재 몰리는 서울
서울은 글로벌 창업 인재 유치에서도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국 대표 인바운드 창업 프로그램에는 97개국에서 2600개 이상의 팀이 지원했다. 정부는 혁신성과 사업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스타트업 특별비자' 제도를 도입해 해외 창업가의 국내 진출 문턱을 낮췄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K-STAR 비자 프로그램 역시 해외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들의 국내 정착과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재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서울이 아시아 창업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생태계 가치 1160억 달러…유니콘 17개 보유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의 규모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최근 평가 기준 서울의 생태계 가치는 약 1160억 달러로 집계됐다. 유니콘 기업은 17개로 글로벌 평균을 웃돌았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벤처투자 규모는 약 40억 달러다. 같은 기간 엑시트 규모는 130억 달러에 달했으며 총 429건의 엑시트가 발생했다.
창업기업이 투자 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9.2년으로 글로벌 평균 11.1년보다 짧았다. 투자금 회수 시장의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표적인 대규모 투자 유치 기업으로는 무신사, 토스뱅크,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이 이름을 올렸다.
◇ AI 생태계 성장 본격화
서울은 AI 분야를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는 2025년 1억2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AI 최적화 솔루션 기업 노타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딥테크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울시는 AI 산업 육성을 위해 3억7000만 달러 규모의 AI 혁신 펀드를 추진 중이며, 서울 AI 테크시티 구축에도 약 6억42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2026년까지 1만 명 이상의 AI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인프라 확대도 진행되고 있다. NVIDIA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이 참여하는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 강화도 추진되고 있다.
◇ 바이오·의료 분야 경쟁력도 주목
서울의 강점 중 하나는 바이오헬스 산업이다. 홍릉 바이오 클러스터와 마곡 연구개발 단지를 중심으로 구축된 바이오 생태계는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대규모 임상시험 인프라와 축적된 의료 데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분야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바이오 분야 투자펀드 규모를 약 11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 로봇과 물리적 AI에 승부수
서울은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물리적 AI와 로봇산업도 적극 육성하고 있다. CES 2026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발표한 물리적 AI 전략은 글로벌 산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서울시는 양재, 수서, 강남을 연결하는 로봇·AI 산업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양재는 AI 연구개발, 수서는 로봇 실증과 테스트베드, 강남은 사업화 중심 거점으로 육성된다.
수서 로봇 클러스터에는 약 2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공원과 교량, 공공시설 등을 실증 공간으로 개방해 스타트업들이 기술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양적 성장 넘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과제"
서울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 규모와 인재 확보,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글로벌 AI 경쟁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대형 기술기업과 초대형 투자 사례를 얼마나 더 만들어낼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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