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인근 바다에서 관광선박이 남방큰돌고래에 접근하고 있다. 양유리기자
[한라일보] "배가 돌고래 뒤를 계속 쫓아다녀요. 저렇게까지 하면서 돌고래를 봐야 하나 싶네요"
지난 17일 오후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 노을해안로. 'DOLPHIN TOUR(돌고래 관광)'이라고 적힌 관광선박 두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안 가 수면 위로 돌고래의 지느러미가 보였다.
선박은 돌고래를 발견하자 잠시 멈춰 섰다. 돌고래 수가 4~5마리로 늘어나자 선박은 돌고래에 접근하기 시작했고, 돌고래들은 물 위로 점프하며 헤엄쳤다. 이윽고 두 척의 선박은 돌고래 무리를 따라가기 위해 뱃머리를 돌리고서는 운항해 온 길로 되돌아갔다.
이곳 전망대에서 만난 관광객 A씨는 "돌고래가 보고 싶어서 들렀는데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면서도 "돌고래가 소음에 취약한데 저렇게 선박이 따라다녀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현재 대정읍에 돌고래 관광선박을 운영하는 업체는 3곳 이상으로 추정되며, 약 8척의 배가 매일 이곳에서 운항된다. 또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차귀도에서 출발하는 배낚시 어선들도 대정읍 해안에서 돌고래 관광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하는 대정읍 노을해안로 인근 해상을 중심으로 '돌고래 요트 투어'나 '돌고래뷰(view) 배낚시' 등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면서 돌고래 서식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초음파로 교류하는 돌고래의 특성상 선박의 소음이 주는 스트레스가 크고, 출산과 육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임신한 돌고래가 스트레스로 유산을 하고, 출산을 하더라도 갓 태어난 새끼들이 죽는 현상이 2022년 이후로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가 집계한 갓 태어난 새끼 남방큰돌고래의 사망은 2022년 1마리, 2023년 2마리, 2024년 10마리, 2025년 5마리로 확인됐다. 2022년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흥행으로 돌고래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3년 4월 개정된 해양생태계법에 따라 선박은 남방큰돌고래 50m 이내로 접근할 수 없고, 300~50m에서는 선박의 스크루를 정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관광선박과 돌고래 사이 거리를 육상에서 측정하기가 어렵고, 드론 등을 이용해 촬영하고 신고하더라도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제주도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 3년 넘도록 과태료 처분을 받는 사례는 2023년 3건, 2025년 1건 등 4건에 불과하다.
도 관계자는 "신고 접수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최근에도 접수된 건이 많아 도선사협회 등 외부전문가에 의뢰해 규정 위반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며 "과태료 부과 처분을 내리면 업체에서 크게 반발하고, 반대의 경우 신고자 측에서도 항의가 들어와 최대한 법적 기준에 따라서 검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규정을 준수하더라도 돌고래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남방큰돌고래는 수심이 얕은 조간대에 서기해 선박이 쫓아오면 육상에 가깝게 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바위에 부딪혀 다치기 일쑤다"라며 "남방큰돌고래 보호 관련해서는 관광선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라고 강조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상시 모니터링을 하며 올해 신고한 규정위반 건만 8건에 이르고, 관광선박만큼이나 낚시어선들도 규정 위반이 잦다"며 "시민들이 신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신고 창구를 알리고, 규정 위반 발견 시 즉각적인 과태료 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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