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어도 답 없다"…절망으로 기운 무주택 서민 '내 집 마련' 꿈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바늘구멍 뚫어도 답 없다"…절망으로 기운 무주택 서민 '내 집 마련' 꿈

르데스크 2026-06-17 17:04:07 신고

3줄요약

'내 집 마련 최후의 보루'로 여겨졌던 주택청약통장(이하 청약통장)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질 수 있는 이점 덕에 필수품처럼 여겨졌으나 최근 스스로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에 당첨 확률도 희박하고 설령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대출 규제에 막혀 자금 마련이 불가능하다 보니 내 집 마련 포기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청약통장 해지자 중엔 청년·1인가구가 유독 많은데 주택 유·무가 결혼, 출산 등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과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해석이 많다.

 

"대출 규제로 당첨 되도 그림의 떡" 내 집 마련 최후의 보루 청약통장 깨는 무주택자들

 

르데스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지난 2022년부터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졌다. 작년 말 2618만4107명과 비교하면 지난달 말까지 24만9434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그 결과 청약통장 전체 가입자 수는 2593만4673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38만9339명 감소한 수치다. 이탈은 당첨 우선권을 갖는 '1순위' 가입자에서 유독 두드러졌다. 1순위 가입자 수는 1674만211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5만6786명 감소한 반면 2순위는 919만2563명으로 오히려 29만7669명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수도권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주택청약통장을 스스로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주택청약 종합저축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청약통장 해지 건수가 급증한 결정적 이유로는 청약통장을 갖고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경쟁률이나 분양가, 자금조달 측면에서 청약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이미 통계로 입증된 상황이다. 청약 경쟁률은 이미 100:1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청약 당첨만 되면 수십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강남권 일부 신축 단지의 경우 1000:1이 넘는 청약 경쟁률 기록도 나왔다.

 

서울에선 자금조달도 쉽지 않다. 바늘구멍 확률을 뚫고 청약에 당첨 되도 현금부자가 아니고선 포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15억원 이하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줄였다. 또 15억원 초과는 4억, 25억 초과는 2억원 등으로 조정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신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 당 평균 분양가는 올 5월 말 기준 1922만4000원, 국평(전용면적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16억1482만원이다. 12억원 가량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당첨된 아파트를 매수 가능한 셈이다.

 

가점제 차별, 정책 역차별에 내 집 마련 꿈 접는 청년들, 결혼·출산 도미노 좌절 우려

 

▲ 최근 치솟는 분양가와 낮은 청약 당첨 확률, 대출 규제에 따른 자금 마련의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청약통장 무용론'은 청년세대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성세대에 비해 경제활동 기간이 짧아 모아둔 현금도 많지 않은데다 일반 분양 아파트 청약 방식이 가점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높은 순서대로 청약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미혼·1인 가구에 비해 기혼·다자녀 가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가점은 2023년 56.17점, 2024년 59.68점에 이어 지난해 65.81점까지 상승하며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5.81점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 만점을 기준으로 무주택 기간 최소 10년 이상, 부양가족수 최소 3명 이상을 동시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직장인 조성훈 씨(34·남)는 "올해 초 어렸을 때 부모님이 들어줬던 청약통장을 해지했다"며 "되도록 서울에 집을 사고 싶은데 청약은 경쟁률이 워낙 높은데다 가격도 비싸고 당첨 되도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약통장에 꼬박꼬박 돈을 넣으면서 희망고문을 당하느니 속 시원하게 그 돈을 재테크로 활용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청약을 포기한 것인데 주변에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청년세대에 불리하게 설계된 기존 청약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 금융 상품은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시절인 지난 2023년 당시 국토부가 설계한 청년주택드림통장(이하 드림통장)이 그 주인공이다. 가입 기준부터 혜택까지 전부 연 소득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탓에 역차별 운운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례로 해당 상품은 연 소득 5000만원 이상일 경우엔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상품의 최대 혜택 중 하나인 청약 당첨 이후 분양가의 최대 80%를 저금리로 길게 빌려주는 '전용 대출 연계 시스템'은 연 소득 4000만원 이하 가입자만 이용 가능하다.


▲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이 결혼과 출산 등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인 만큼 청년층의 주거 포기 현상을 국가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진단했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 CHA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신생아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2023년 고용노동부 자료를 기준으로 작성한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및 한·일 대졸 초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500인 이상 대기업 기준 우리나라 대졸 초임은 8500만원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 역시 5001만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300인 이상 사업체의 일자리 비중은 약 14% 수준이며 이들 중 20·30 청년층 비중은 약 46%다. 인원으로는 약 157만명 규모다. 이러한 통계를 감안하면 결국 150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드림통장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나라의 근간을 흔들만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 집 마련이 결혼·출산 등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요인들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100% 상승할 때 8년간 출산 인원이 0.1∼0.3명 줄었고, 주택을 소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출산 인원이 0.15∼0.45명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청약통장 해지 현상은 단순한 금융 상품 해지를 넘어 청년 세대가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청년들이 청약통장을 깨고 시장을 떠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의 청약 제도는 높은 가점과 막대한 자금 동원력을 요구하면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 상태다"며 "분양가 현실화와 대출 규제 완화 등 청년층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주거 접근성을 높이는 근본적인 제도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르데스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