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긴장 고조 회피 차원인 듯…일각에선 안보 우려 제기
中 "美 국가안보 개념 확대해석 반대"…경제 무기화 중단 촉구
(서울·베이징=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김현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비롯해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목된 중국 기업 100여곳에 대한 무역 블랙리스트 등재를 보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이미 관계부처 심의를 통해 딥시크와 CXMT, 기타 중국 기업들에 대한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 등재 승인이 이뤄졌음에도, 미 상무부가 아직 추가 등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는 일종의 블랙리스트다.
미국은 작년 10월 이후 엔티티 리스트에 신규 기업을 추가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10여년 만에 가장 긴 공백이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이들 기업의 명단 공개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미 상무부 관리인 케빈 컬랜드는 "지난해 10월 이후 어떤 기업도 엔티티 리스트에 추가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역 정책이 중요한 국가안보 수단의 활용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글로벌 공급망 전문가 필립 럭도 "엔티티 리스트는 '두더지 잡기'와 같아서 계속 두더지를 때려야 한다"며 "새로운 등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미국 기술이 미국에 적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대방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딥시크는 저비용 AI 모델로 지난해 글로벌 기술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던 중국 AI 스타트업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로이터에 딥시크가 중국 군과 정보기관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동남아시아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의 첨단 반도체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CXMT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로부터 중국 군 관련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밖에 지난해 폴란드에서 회수된 러시아 드론에 부품을 공급한 중국 기업들, 엔비디아 반도체를 중국 대학들에 판매한 기업들, 중국 군용 드론과 로봇 개를 제조·판매하는 기업들 역시 제재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관련 성명에서 "엔티티 리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정책 및 집행 수단을 매일 활용해 악의적 행위자들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관련 보도를 주목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제 무기화 중단을 촉구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중국 기업의 무역 블랙리스트 추가 등재를 보류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한 논평 요청에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은 채 "중국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엔티티 리스트를 비롯한 수출통제 수단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억제하고 탄압하는 데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 문제를 정치화·도구화·무기화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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