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종전 합의에도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 안 해, 중장기 파급 효과가 중요"
"빅스텝 거론될 땐 시장이 어려웠다"…금리 대폭 인상 가능성에 선 그어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이도흔 기자 =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중동전쟁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금리인상 신호를 거듭 발신하면서도 '빅스텝'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신현송 총재는 이날 오후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임금·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도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망이 중동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국제유가가 안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총재는 "단기적으론 원유 공급이 활발해질 수 있지만, 원유 생산이 전쟁 전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에는 전문가들이 다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공급 자체가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진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제 상황 자체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합의 직후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도 "그럴 때일수록 시장 가격에 홀리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경제 자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하루 이틀 사이에 유가가 하락하고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 가격도 위험 선호(리스크 온) 상태가 온 것 같다"면서 "그러나 매일 금융시장에 일희일비 할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펀더멘털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는 금융 자산과 비슷하게 위험 선호도에 따라 많이 등락하기 때문에, 유가 하락세가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고유가 영향이 에너지 뿐 아니라 여타 다른 품목으로도 파급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인 2차 파급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최근 반도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임금 상승과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경기 개선세에 따른 수요 압력도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금 상승 또한 비용과 수요 양 측면에서 물가 상방 압력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신 총재는 "지난 달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당시보다 임금과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졌다"면서 "앞으로 임금 협상 등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진 비용 쪽 압력을 강조했는데 수요 쪽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키워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에는 "금년 초에 있던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수요 측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재정이 양호해서 추가로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채권 금리 상방 압력도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초과 세수 전망이 커진 데는 "지금이 한국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50bp(1bp=0.01%포인트) 크게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빅스텝 얘기가 나올 때는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채권 금리도 많이 높았고, 그런 면에서 오늘과는 아주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 상황이 너무 어려우면 중앙은행이 좀 예외적인 조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 같은 게 나오기 마련이지만, 통화정책을 펼 때는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밑에 깔린 중요한 흐름을 본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앞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 등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상승했고, 근원 물가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면서 "특히 국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면서 저소득층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물가 흐름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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