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을 앞두고 자본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주력 자회사인 시중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올해 들어 30조원 늘었다.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기업대출도 확대되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RWA는 1045조원으로 지난해 말 1015조원보다 30조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컸다. 신한은행은 11조원 늘었고 하나은행 9조원, KB국민은행 7조원, NH농협은행 3조원 순이었다.
RWA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위험도를 반영한 지표다. 보통주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로 쓰인다. RWA가 늘면 같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CET1 비율은 낮아질 수 있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거나 해외자산을 확대할수록 수익 기반은 커지지만, 그만큼 자본비율 관리도 중요해진다.
고환율도 RWA 증가와 맞물려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대출, 해외채권 등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질 수 있다. 외화자산 규모가 커지면 위험가중자산에도 부담이 된다. 고환율 영향이 수입물가나 기업 비용에 그치지 않고 은행 자본비율 관리에도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 상승과 기업대출 증가는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통해 CET1 비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영향은 이익 규모와 자본관리 전략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들의 CET1 비율은 아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KB금융 13.63%, 우리금융 13.60%, 신한금융 13.19%, 하나금융 13.09%다. 다만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감안하면 RWA 증가 속도는 부담 요인이다.
금융지주들은 최근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CET1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RWA가 빠르게 늘면 자본비율 방어에 필요한 부담도 함께 커진다. 순이익이 늘더라도 위험가중자산 증가 폭이 크면 주주환원 여력은 제한될 수 있다.
지주별 자본관리 성과도 갈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환율 민감 자산을 줄이며 올해 1분기 CET1 비율 13%대를 조기 달성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CET1 비율이 13% 초반대인 만큼 RWA 증가 속도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 같은 주주환원 확대 기조 안에서도 지주별 자본 여력에 차이가 날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권은 올해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기업대출 증가, 해외영업 강화, 주주환원 확대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기업대출과 해외자산이 늘면 RWA도 함께 증가할 수 있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순이익뿐 아니라 금융지주별 RWA 증가 폭과 CET1 비율 흐름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준혁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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