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들과 보험사들, 통항 위험 여전히 크다고 판단
유조선 220척 포함 거의 500척 페르시아만에 발 묶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미국 해군 호위를 붙여 주는 'VIP 패스'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아이디어를 검토 중인 이유는 미국과 이란이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협 통과 위험을 감수하도록 선주들을 설득할 아이디어를 찾아보라고 관계자들에게 요구했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논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보험사들이 보험 제공을 재개토록 보험사를 설득하는 방안에 집중돼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 익명 관계자는 "몇 가지 제한적 예외를 빼면 모든 통항이 보험 약관 위반"이라며 다시 보험을 제공하도록 보험사들을 독려할 방안을 궁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 돈을 내고 신속한 호위 통항을 제공받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좀 있다"며 "선박에 VIP 패스를 붙이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전직 미국 행정부 관계자 중 한 명은 미국이 유조선에 통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에 관한 논의는 현재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7개국(G7) 회의에 맞춘 협상 전술로, 유럽이 이 지역에 더 관여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해 미국에 본사가 있는 보험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보험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고 한 에너지 업계 임원은 설명했다.
폴리티코 취재에 응한 관계자들은 논의되고 있는 아이디어들 중 확정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거래 정보 제공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페르시아만에는 500척 가까운 선박이 머무르고 있으며 그중 220척은 유조선이다.
이는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전쟁이 시작된 것을 계기로 호르무즈해협 항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거의 모든 선박이 발이 묶인 탓이다.
미국과 이란이 4월 8일부터 휴전에 들어가긴 했으나 미국의 대(對)이란 해상봉쇄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지고 산발적 충돌도 끊이지 않았다.
또 이란 시간으로 이달 15일 이른 새벽, 미국 동부 시간으로 14일 밤에 양측이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 계획에 합의하면서 적대행위는 거의 중단되긴 했으나, 선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강행하는 경우가 드물다.
백악관 공보실 직원 테일러 로저스는 폴리티코에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훌륭한 양해각서 덕분에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개방될 것"이라며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이 전쟁 전의 정상 수준으로 곧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3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선주들에게 200억 달러(30조 원) 규모의 "정치 보험"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이 계획에 응한 선주는 거의 없었다.
호위 서비스를 선박들에 유료로 제공하겠다는 것과 유사한 발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직전인 올해 4월 6일에 거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 선박들로부터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받는 방안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통행료를 부과하는 건 어떤가?"라며 "왜 안 되나? 우리가 승자다. 우리가 이겼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국제 유가는 17일 장중 미국 텍사스산중질유(WTI) 원유 기준으로 배럴당 75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전쟁 개시 직전의 67달러 선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4일 이란 이슬람공화국과의 MOU 서명 계획 합의가 완료됐다고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로 전하면서 "이로써 나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료 없는(toll-free) 개방을 전면 승인하며, 이와 동시에 미국 해군의 봉쇄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승인한다"며 항행을 독려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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