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현수·조준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지난 1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7월 1일 상장폐지 요건 강화를 앞두고 기업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계기업들의 우려가 크다. 강화된 사예 요건에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어디서 활로를 찾아야 할까. 법무법인 광장의 상장페지 대응팀으로부터 조언을 들어봤다.
-광장 상장폐지 대응팀의 강점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박현수 변호사: 상장폐지 대응은 흔히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소송, 한국거래소 대응, 금융, 회계감리, 조세, 기업회생 등 여러 분야가 동시에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모든 영역이 골고루 강한 로펌은 대형 로펌 중에서도 많지가 않다. 법무법인 광장은 감마누 사건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있고 서울남부지법 증권전담부 부장판사 출신(성창호 변호사),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 출신(박광배 변호사) 등 이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두루 갖춰져 있다. 사안 성격에 따라 그때그때 프로젝트팀을 꾸려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조준우 변호사: 코스닥 공시위원회 위원과 유가증권시장 상장공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거래소 대응 업무는 결국 '거래소의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소 출신 고문들의 역할이 크고 채문석 고문, 신상록 변호사 등 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출신 전문가들도 최근 많이 합류했다. 금감원 공시국·검사국 출신 실무진부터 고위직까지 금융위 관련 전문가들도 여럿 있다. 거래소는 민사소송 상대방이지만 사실상 금융 당국 정책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의 역할이 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한다.
박현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감마누 사건이 상장폐지 제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박현수 변호사: 감마누 사건은 거래소의 개별 상장폐지 결정을 무효화한 확정 판결로는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당시 거래소는 감사의견 거절이 한 번만 나와도 곧바로 퇴출하는 구조였다. 2018년 9월에 상장폐지 결정이 나고 가처분을 받은 다음 4개월 만인 이듬해 1월에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으로 바뀌었다. 법원도 '조금만 기다려주면 살아날 기업을 왜 성급하게 죽였냐'고 판단했고 1·2·3심 모두 광장이 승소했다.
이 사건 이후 크게 세 가지가 바뀌었다. 첫째, 재감사 요건이 완화됐다. 기존에는 의견 거절을 낸 감사인에게 6개월 내 재감사를 받아야 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한 요구였다. 이후 차기 연도에 감사인이 바뀌면 새 감사인에게 적정 의견을 받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둘째, 정리매매 중 가처분이 터지면서 큰 혼란이 생겼다. 그전 7년간 가처분이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으니 거래소가 정리매매를 개시했는데 7 영업일 중 4~5 영업일째에 가처분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 이후로 가처분 신청이 확인되면 정리매매를 보류하는 관행이 생겼다. 셋째, 기심위 심사 방식이 바뀌었다. 당시 하루에 15개 기업을 심사했는데 감마누가 14번째였다. 오전부터 쭉 심사하면 14번째쯤엔 글자가 안 보이지 않느냐. 실제 기심위 위원으로 참여했던 회계학과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해 심문하기도 했다. 지금은 하루 1~2개만 심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 제도 개편은 오히려 다시 강화하는 방향 아닌가?
박현수 변호사: 감마누 사건을 계기로 거래소의 절차 진행이 신중해지면서 충분한 개선기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감마누 사건 이후로는 법원의 본안 소송에서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무효로 최종 확정된 사례가 없었다.
문제는 역기능이 생겼다는 것이다. 퇴출시켜야 할 기업을 제때 퇴출하지 못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란이 불거졌고 그게 이번 개편의 배경이 됐다. 어떻게 보면 감마누 이전으로 돌아가는 흐름인데 다만 한 번이 아닌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이라는 기준을 두는 등 당시보다는 한 단계 신중한 구조다.
-향후 법원 판단 방향이나 소송 전략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박현수 변호사: 제도 개편으로 향후 1~2년 내 상장폐지 기업이 급증할 것이다. 사건이 늘어나면 과감하게 퇴출시키다가 잘못 판단하는 경우도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러면 법원이 더 긴장해서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거래소 결정이 뒤집히는 사례도 기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제일바이오·셀피글로벌 사례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셀피글로벌 가처분 인용 결정을 어떻게 보는지?
박현수 변호사: 표면적인 상장폐지 사유는 횡령·배임이지만 배후에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이 있었다. 그런데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으로 바뀌었고 전 경영진과 최대 주주가 교체되면서 소수주주 연대가 경영권을 확보해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법원이 보기에 '이것만 해결되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인데 왜 아무런 기회도 안 주고 바로 퇴출시켰냐'는 게 골자다.
법리는 감마누 사건과 같다. '합리적인 개선 기간을 부여하면 살아날 수 있는 기업에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것이다. 거래소가 개선 기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가처분으로 판결이 지연되는 동안 사실상 개선 기간이 주어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자신의 판단을 뒤집어야 하는 부담이 있어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조준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동전주·주가 요건 관련해 기업들에게 어떤 방어 전략을 조언하나.
조준우 변호사: 연속 45거래일 요건은 솔직히 상당히 어려운 미션이다. 그래서 저희 1차 자문 방향은 역설적이게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다. 주식병합이나 감자로 동전주 요건 가능성을 낮추는 시도는 할 수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신사업 발굴, M&A, 주주 소통 강화 등 실질적 기업 가치 향상이 필요하다. 자사주 취득·소각이나 IR 활동 강화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박현수 변호사: 이번 제도 개편은 단기 임시방편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강한 시그널이다. 한 번 관리종목이나 매매거래 정지가 되면 낙인 효과가 생겨서 며칠 안에 살려내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올해 그런 한계 사례들이 나오면 내년부터는 상장 기업들이 '미리미리 전문가 조력을 받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시총 요건 강화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조준우 변호사: 시총 요건은 주식병합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실질적인 주가 상승이나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결국 회사에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 상장사들의 M&A가 기존보다 활성화될 거라고 본다. 상법 개정 이후 이사들이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 이익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하므로 기존보다 섬세한 법률 자문이 필요해졌다.
벤처업계에서는 요건 완화·유예 요구가 많은데 당분간은 정부 정책대로 갈 것 같다. 정부가 100개 이상 퇴출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행해보고 지켜보는 분위기로 읽힌다.
-바이오 등 업종별로 자문 방향이 다른가?
조준우 변호사: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바이오 기업 경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기술특례 상장 후 매출이 없어 예외 요건이 만료된 곳들이 꽤 있는데 근원적 변화를 권고하기 어려운 상황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는 외부 자금 유치나 M&A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박현수 변호사: 업종별로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다. 이번에 반기 실적만으로도 평가받는 구조가 됐는데 상하반기 실적 차이가 큰 계절성 업종들이 있다. IT 기업 같은 경우 연초에 발주하고 연말에 대금이 들어오는 구조라 상반기 실적이 안 좋아 보일 수 있다. 이런 계절성을 거래소에 충분히 어필해서 반기 실적만으로 즉시 퇴출되지 않도록 하는 게 특화된 전략이 될 수 있다.
-감사의견 미달이 상폐 사유 1위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는지?
박현수 변호사: 상장폐지 사유 1위가 감사의견 미달이고 2위가 횡령·배임, 3위가 불성실공시다. 감마누 사건에서 저희가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게 '감사의견 거절이 한 덩어리가 아니라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었다. 적정에 가까운데도 감사인이 책임을 피하려고 의견 거절로 처리하는 그레이 에어리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감사의견 미달을 형식적 상폐 사유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감사인 독립성과 책임이 강화되면서 의견 거절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게 현실이다. 이번 개편으로 2년 연속 미달이면 무조건 퇴출하는 구조로 강화됐는데 그중에서도 억울한 기업이 분명히 나올 것이다. 그런 기업은 법원에서 바로잡아야 하고, 그게 저희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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