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가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수준을 넘어, 이제는 외국인 관광 소비가 한국의 일상과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는 ‘라이프스타일 소비’와 고가 상품을 중심으로 한 ‘럭셔리 쇼핑’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외국인 카드 소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5월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소비 지출액이 2조 1,22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1조 2,702억 원보다 67.1% 늘어난 수치로,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외국인 카드 소비액은 7조 9,8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조 4,211억 원과 비교하면 47.3% 증가했다. 월별로 보면 1월 1조 1,306억 원, 2월 1조 278억 원, 3월 1조 7,115억 원, 4월 1조 9,924억 원에 이어 5월 2조 원대를 돌파하며 상승세가 뚜렷해졌다.
5월 소비 증가를 이끈 핵심은 중국 관광객이었다. 중국 관광객의 카드 소비는 올해 들어 매월 증가세를 보였고, 5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14.0% 급증했다. 1월 56.8%, 2월 89.1%, 3월 160.5%, 4월 193.8%에 이어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업종별로는 쇼핑업이 전년 동월 대비 77.8% 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운송업은 70.6%, 의료웰니스업은 65.8%, 식음료업은 64.9% 증가했다. 세부 업종에서는 약국이 206.1% 늘어 가장 두드러졌고, 장난감·오락기기 191.4%, 피부관리·마사지 153.9%, 백화점 89.2%, 면세점 87.6%, 액세서리 87.0%, 피부과 85.5%, 스포츠용품 및 의류 84.5% 순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장난감·오락기기 업종의 191.4% 성장은 캐릭터 굿즈 소비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라인프렌즈, BT21 협업 팝업스토어, 포켓몬 카드, 피규어 등 글로벌 캐릭터 IP를 활용한 한정판 상품 구매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명동과 성수동에서는 K-패션과 고프코어 열풍이 소비 지형을 바꿨다. 스포츠용품·의류 업종은 전체적으로 84.5% 증가했는데, 상권별로는 명동이 162.0%, 성수동이 141.9% 성장했다. 명동에서는 ‘나이키 바이 유’처럼 한국 한정판 커스텀 의류를 직접 제작하는 체험형 쇼핑이 주목받았고, 성수동은 SNS를 통해 확산된 한국형 고프코어 브랜드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고프코어는 등산복이나 아웃도어 의류를 일상복처럼 입거나 스트리트 패션과 섞어 연출하는 스타일을 뜻한다.
K-뷰티 소비도 단순 화장품 구매를 넘어 약국과 피부과, 마사지 업종으로 확장되고 있다. 성수동과 부산 해운대에서는 미용 시술 이후 약국에서 의약품 등급 재생크림 등을 구매하는 연계형 소비가 확인됐다. 성수2가1동(+15,249%)·성수2가3동(+2,877%) 등 성수동 일대 프리미엄 약국이 이례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1동도 12,828% 늘며 ‘K-약국’ 소비 흐름이 서울을 넘어 지방 관광지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제주에서는 고급 숙박과 결합한 리조트형 소비가 늘었다. 서귀포시 대륜동은 독채 풀빌라와 럭셔리 타운하우스 수요가 몰리며 콘도미니엄 매출이 193.1% 증가했다. 단순 숙박을 넘어 프라이빗한 체류 경험을 중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 관광객의 소비 증가는 초고가 럭셔리 쇼핑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계·귀금속 업종은 69.7%, 액세서리 업종은 87.0% 증가했다. 명품 매장이 집중된 서울 청담동에서는 시계·귀금속 소비가 전년 대비 135.0%, 액세서리 소비가 197.7% 늘었다. 특히 시계·귀금속 업종의 건당 평균 결제 금액은 1,215만 원에 달했으며, 주요 소비층은 중국 관광객이었다.
서귀포시 예래동에서도 고가 소비 흐름이 포착됐다. 5성급 리조트 환경을 갖춘 이 지역의 액세서리 업종은 전년 대비 589.2% 성장했다. 전체 평균 결제 단가는 53만 원이었지만, 중국인 평균 결제 단가는 632만 원으로 나타났다. 고급 리조트 체류와 명품 소비가 결합한 소비 패턴이 제주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이번 분석은 외국인 관광 소비가 과거처럼 면세점과 주요 관광지 중심에 머무르지 않고, 상권과 업종, 국적별로 세밀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2030 세대는 성수동의 패션, K-약국, 캐릭터 굿즈, 피부관리 등 한국의 일상 트렌드를 소비하고, 중국 고소비층은 청담동과 제주 고급 리조트 권역을 중심으로 초고가 상품 구매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허브팀 이미숙 팀장은 “이번 분석은 외국인 관광 소비가 단순 회복 국면을 넘어, 상권·업종·국가별로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지자체와 업계가 이러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지속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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