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이 10년 만에 민간 출신으로 회장에 올라 3년동안 여신금융협회를 이끌게 됐다. 그는 과거 4년동안 KB국민카드를 이끌며 수익 다각화와 디지털 전환, 해외사업 확대를 주도한 최고경영자 출신이다. 이에 업권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수익성 하락·조달비용 부담·빅테크와의 지급결제 경쟁·디지털자산 제도화와 같은 정책 조율이 필요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이 신임 회장이 KB국민카드 대표와 KB금융 부회장을 지내서 쌓은 경험을 제도 개선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동철 신임 여신금융협회장은 지난 16일 임기 3년의 제14대 여신금융협회장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앞서 여신금융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일 이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단독 추천한 바 있다. 회추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회원사 대표 15명으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여신금융협회는 10년 만에 민간 출신 수장을 맞게 됐다. 민간 출신 협회장은 제11대 회장을 지낸 김덕수 전 KB국민카드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카드사 대표를 지낸 인물이 다시 협회장을 맡으면서 관료 출신 회장의 대관 경험보다 업권 전문성과 현장 이해도에 무게가 실린 인사라는 평가다.
이 회장은 1961년생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툴레인대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KB국민은행 뉴욕지점장·KB금융지주 전략기획부 상무·KB생명보험 경영기획본부 부사장·KB금융지주 전략총괄부사장·KB국민카드 대표이사·KB금융지주 부회장 등을 거쳤다. 이에 그는 은행·보험·카드·금융지주 전략 부문을 두루 경험한 '정통 KB맨'으로 분류된다.
▲ KB국민카드 수익 다각화...순익 4000억원대 이끌어
이 회장의 여신금융업 관련 대표 경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KB국민카드를 이끈 것이 꼽힌다. 당시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간편결제 경쟁 확대로 신용판매 중심 수익구조가 흔들리던 시기였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자동차 할부·리스와 중금리대출, 해외 소비자금융, 디지털 플랫폼을 키우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이를 통해 이 회장은 KB국민카드의 연간 순이익을 2018년 2866억원에서 2019년 3165억원· 2020년 3247억원·2021년에는 4189억원으로 끌어올렸다. 따라서 이 회장 재임 기간 KB국민카드 순이익은 46.2% 늘었으며 임기 마지막 해에는 4000억원대에 진입했다.
2021년 실적 개선에는 카드 이용대금 증가·비용 효율화·할부금융·리스 부문 성장 등이 영향을 미쳤다. KB국민카드의 2021년 영업수익은 4조3706억원으로 2020년보다 8.9% 증가했으며 카드수익은 3조6997억원으로 5.2% 늘었다. 할부금융 및 리스 수익은 1642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2021년 KB국민카드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63%로 2025년보다 25bp 상승했으며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60%로 174bp 올랐다. 순이자이익도 1조3908억원으로 2020년보다 1251억원 증가했다. 이 회장이 카드 결제 수익에만 기대지 않고 금융자산과 할부금융을 함께 키운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코로나19를 거치며 진행된 디지털 전환 역시 이 회장 재임기의 주요 성과로 거론된다. KB국민카드는 2020년 종합금융플랫폼 'KB페이'를 출시했다. KB페이는 기존 앱카드 기능을 넘어 계좌, 상품권, 포인트 등 다양한 결제수단을 한곳에 모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후 KB국민카드는 KB페이를 그룹 플랫폼 전략과 연결하고, 마이데이터와 데이터 기반 사업 확대의 기반으로 활용했다.
국내 카드시장의 성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해외사업 확대도 그의 성과로 꼽힌다. KB국민카드는 그의 임기 당시 2018년 캄보디아 '토마토 특수은행' 지분 90%를 인수하며 해외 소비자금융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에는 태국 여신전문금융회사 '제이 핀테크' 지분 50.99%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수수료·결제망·신사업 규제...현안은 산적
다만 현재 카드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반복되면서 본업 수익성이 낮아진 만큼,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카드업계의 수익성 방어다. 현재 카드업계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금융사업은 수익을 보완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관리와 연체율 상승 부담으로 확대에 제약을 받고 있다.
지급결제 주도권 회복도 과제다. 소비자가 카드사 앱보다 빅테크와 간편결제 플랫폼을 통해 카드를 사용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카드사는 결제 승인과 정산을 담당하면서도 고객 접점과 데이터 주도권을 플랫폼 사업자에게 내주는 구조에 놓였다. 카드사 역시 자체 앱과 월렛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플랫폼 경쟁에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빅테크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 제도화도 새로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소매 결제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카드사의 결제·정산 수익과 가맹점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드사가 관련 사업에 참여하려면 발행·유통·결제·준비자산 관리 등 제도 설계 과정에서 업권의 역할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캐피탈업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과 조달비용, 건전성 관리 부담을 안고 있다. 이어 신기술금융사는 벤처투자 위축 속에서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협회장으로서 특정 업권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감각도 요구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 회장의 취임은 여신금융업권이 관료 출신의 대관형 리더십보다 민간 출신의 현장형 리더십을 선택했다는 의미를 갖는다"면서, "카드사 CEO와 금융지주 부회장을 지낸 경험은 강점이지만, 수수료와 신사업 규제처럼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점에서 정책 조율 능력은 임기 초반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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