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스텐 벡 "글로벌 경제 블록화…생산적 금융 위한 구조 갖춰야"[ESF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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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스텐 벡 "글로벌 경제 블록화…생산적 금융 위한 구조 갖춰야"[ESF2026]

이데일리 2026-06-17 13:51: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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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최정훈 기자 강민혁 권아인 수습기자] 세계 금융 질서가 지정학·지경학적 요인에 따라 재편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자본이 정치·안보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면서 금융이 국가 전략과 권력 경쟁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벤처캐피털과 자본시장 등 시장 기반 금융의 역할이 커지면서 생산적 투자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금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금융안정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 기조연설2에서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 글로벌 질서 변화 속 자본의 역할’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방인권 기자)


◇기업대출 줄고 무형자산 투자 늘어…美 중심 국제금융 시스템 변화 가능성

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금융안정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 글로벌 질서 변화 속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벡 교수는 자본 이동의 구조적 변화와 금융의 역할 재편이 국가 경쟁력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최근 금융 시장 추세에 대해 벡 교수는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반면 무형자산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금융 규제로 인한 신용경색, 투자 기회 감소, 법인세 인하에 따른 절세 효과 축소, 비(非)은행 자금조달 확대 등을 기업대출 감소의 원인으로 들며 “한국과 유럽처럼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은 혁신 촉진 기능이 약해질 수 있어 벤처캐피털 등 시장형 금융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탈중앙화 금융과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암호화폐가 범죄 활동에도 활용되고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 됐다는 평가다. 스테이블코인의 장점 역시 ‘안정성’ 외에는 제한적이라고 봤다.

미국 중심 국제금융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하며 스테이블코인이 미국뿐 아니라 각국의 재정 주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벡 교수는 “USD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재정과 달러 패권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주권을 약화시키고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금융안정학과 교수(왼쪽)와 신관호 한국금융학회 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daily Strategy Forum 2026) 기조연설2에서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 글로벌 질서 변화 속 자본의 역할’이란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힘의 시대, 문명의 재편: 누가 신세계를 설계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미·중 패권 경쟁, 이란 전쟁 뿐만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가 강화하는 지정학적 지각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외교·안보, 금융·재정의 전환점을 다각도로 해부하고 위기 속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방인권 기자)


◇글로벌 경제 블록화로 잠재 리스크…생산적 금융 중요해져

벡 교수는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국과 같이 은행 대출 중심의 금융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벡 교수는 “위험자산 투자가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은행 외에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하다”며 “벤처캐피털과 성장자본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논의되는 ‘부동산·가계대출에서 성장산업으로의 자금 전환’ 정책과 관련해 벡 교수는 “가계대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문제는 특정 자산으로 과도한 자금 쏠림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제 인센티브와 보조금 체계,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신용버블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함께 생산적 투자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 발전의 전제 조건으로는 법치주의와 제도적 독립성을 꼽았다. 벡 교수는 “투자자는 5년, 10년 뒤에도 정책이 급격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며 “규제당국과 감독당국, 금융기관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등 금융혁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주체가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개별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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