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과일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며 값비싼 가격을 자랑했던 과일이 있죠. 바로 샤인머스캣인데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 과일 코너에서 한 송이에 몇만원대에 팔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대형마트 매대는 물론 전통시장 과일 점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과일이 됐습니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샤인머스캣의 롤러코스터 인생을 이해하려면 과거 포도 농가들이 처한 상황부터 알아야 합니다. 오랫동안 한국 포도 시장을 대표해 온 품종은 '캠벨얼리'였습니다. 다만 씨가 많고 껍질도 벗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간편한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점차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칠레산 등 수입 포도까지 늘어나면서 농가들은 기존 품종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바로 그 때 샤인머스캣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고 당도까지 높다 보니 소비자들의 기호에 딱 맞았죠. 또 탐스러운 겉모습은 기존 포도와는 전혀 다른 고급 과일처럼 보였는데요. 덕분에 샤인머스캣 등장 초기엔 일반 포도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렸고 명절 선물용 수요도 많았습니다. 농가 입장에서는 기존에 비해 훨씬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던 셈이었죠.
하지만 너도 나도 샤인머스캣을 심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탱해주던 희소성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급이 껑충 뛰면서 가격 또한 점차 낮아졌죠. 문제는 과수 농업의 특성상 농가들이 중간에 발을 빼기도 어려웠다는 건데요. 포도나무를 바꿔 심으면 몇 년 동안 묘목을 키우고 시설을 맞추고 재배법을 익혀야 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샤인머스캣을 계속 길러야 했고 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졌죠.
무엇보다 캔벨얼리로 돌아간다고 해서 샤인머스캣보다 상황이 낫다는 장담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예전 같지 않아도 많은 농가들은 샤인머스캣 재배를 이어가는 것을 택하게 됐죠. '대박을 노리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은 선택'에 가까운 겁니다.
반짝 유행부터 어쩔 수 없는 선택, 그리고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영화 보다 더 영화 같은 샤인머스캣 이야기, 흥미롭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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