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안)'을 공개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의료인력 공백과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헛돈'이 도는 곳을 찾아내 진짜 의사가 필요한 곳으로 재원을 재배분하는 고강도 세출 조정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방이나 응급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제때 질 높은 필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우대’ 건강보험 수가 원칙을 확립할 것”이라며 “조정 주기를 기존 5~7년에서 2년 이내로 대폭 단축해 의료 환경 변화에 맞춘 합리적인 보상 구조를 속도감 있게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를 맡은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기울어진 수가 구조로 인해 의료공급체계가 필수의료보다 검사 중심으로 운영되고, 필요 이상의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돼 왔다”며 “정부는 진료 항목 간 보상 수준을 균형 있게 조정하고, 건강보험이 지역·필수의료에 보다 과감하게 보상하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메스를 들이댄 곳은 대표적인 과보상 영역으로 꼽히는 검체검사와 영상검사(CT·MRI) 분야다. 건강보험공단이 병·의원의 회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투입된 비용이 100원일 때 검체검사는 평균 190원, CT와 MRI는 평균 200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행위의 난이도나 위험도에 비해 병원이 가져가는 수익이 지나치게 높았던 셈이다.
정부는 1단계 조치로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초과하는 검사 수가를 일제히 150%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후 오는 2028년까지 추가 분석을 거쳐 원가 수준에 맞춘 균형 수가로 최종 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1단계 조정만으로도 연간 약 2조 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2조 원의 재원은 고스란히 지역과 필수, 소아·모자의료 등 고위험·저보상 진료 영역으로 재투자된다. 우선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 고위험 산모의 산전 관리부터 분만,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 및 처치로 이어지는 출산 전 과정의 보상을 강화한다. 특히 제왕절개 등 고위험 분만에 대한 수가 가산 제도를 신설해 병원이 상시 분만 대응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소아청소년과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처방도 담겼다. 소아 환자에 대한 가산 적용 연령을 대폭 확대하고 보상 수준을 상향하는 한편, 소아 중환자 처치와 중증 수술에 대한 보상도 넓힌다. 아울러 어린이 재활의료기관을 확대하고, 급성기 치료 이후 조기 재활을 통해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도록 회복기 재활 의료 체계에도 성과 보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전문가와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부 안을 보완한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심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