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띠 둘러메고 커플끼리 손잡고…시민 발길 이어진 올림픽공원 속 목소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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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띠 둘러메고 커플끼리 손잡고…시민 발길 이어진 올림픽공원 속 목소리 [르포]

위키트리 2026-06-17 13:30:00 신고

3줄요약
"한 사람이라도 더 목소리를 내야죠."

젊은 부부는 유모차를 끌고 막 걸음마를 뗀 아이와 나섰다. 아기띠를 두른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손을 잡고 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커플들과 책가방을 멘 앳된 얼굴의 10대 학생들도 여럿 보였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 시위 인파가 밀집했다. / 위키트리

주말 반납한 시민들…참정권 훼손, 선관위 개선 지적

잠실 개표소 시위가 13일째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인 지난 14일 주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부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시민들을 비롯해 가족 단위·청년층 참가자들이 대거 밀집했다. 주중 다소 줄었던 참가 인원은 주말을 맞아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경 올림픽공원 일대 유동 인구 포함 실시간 인구는 2만 4000명~2만 6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1.9%로 가장 많았다. 오전까지는 비교적 한산했으나 오후를 맞아 참가자들의 발걸음이 빠르게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출입구 앞에 시위 인파가 밀집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올림픽공원 일대 유동 인구 포함 실시간 인구는 2만 4000명~2만 6000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 위키트리

충남 천안시에서 온 윤종진(30대) 씨는 아내와 30개월 아이를 데리고 주말 시위 현장을 찾았다. 그는 "오늘 마침 시간이 돼서 왔다. 한 번 정도는 와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라며 "가족끼리 다 같이 와서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함께 왔다"고 밝혔다. 윤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현장에 사람들이 더 많다. 오기를 잘한 것 같다. 우리처럼 시간이 될 때마다 오는 사람이 많이 있어야 목소리도 커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과 관련해 제대로 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독립적인) 감사 기구를 마련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최우석(30대) 씨는 여자친구 정연정(20대) 씨와 함께 광주에서 4시간을 운전해 올라왔다. 최씨가 현장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역사적인 순간에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게 맞을 것 같아서 왔다"면서 "국민 한 사람이라도 목소리를 더 내지 않으면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싶은 두려움이 있다. 힘이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씨는 "(선거와 관련된) 문제가 너무 많아졌고 국민들의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부정선거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선거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위 현장에 대해서 그는 대체로 안전하고 평화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참가자나 과격한 분들이 평화적인 모습을 흐릴까 염려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 재선거 등을 요구하는 피켓이 다수 붙었다. 최근 구호로 굳어진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개표 수개표' 등의 문구도 포착됐다. / 위키트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2-1 게이트 입구 앞에 천막과 돗자리 등이 펼쳐져 있다. 입구 주변으로는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문구를 적은 종이들과 태극기, 성조기 등이 붙었다. / 위키트리

10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시위에 나선 한건희(15) 군은 6·3 지방선거 당일 잠실7동 제2투표소 봉쇄시위 현장에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군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기사 등을 통해 이제 올림픽공원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보고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투표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투표 용지가 없어서 그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시위 현장에 함께 한다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무더위 속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이어졌다. 대부분이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의료 지원을 비롯해 얼음물과 보조배터리, 현장 피켓 등을 배부했다. 인파가 몰리는 계단 입구 등에도 위치해 "멈추지 말고 이동해 달라"고 외치며 안전 관리에도 나섰다.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종이도 곳곳에 나붙었다.

한 40대 남성 개인봉사자는 어린 아들과 함께 시민들에게 물과 간식 등을 자체적으로 배부하기도 했다. 그는 "저녁 8시까지는 계속 자리를 지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현장에는 푸드트럭과 라면 부스 등 다양한 물품 지원이 잇따랐다.

일주일째 자원봉사를 하며 자리를 지킨 한 의료·체육보건계열 종사자는 질서 있는 현장 분위기를 강조하며 "일부 언론에서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시위로 몰아가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재능기부 형태의 자원봉사나 이색적인 체험 공간도 생기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은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시민들이 요청하는 피켓 그림을 그려주거나 무료 과외 등을 진행했다. 악기를 들고 모여 버스킹을 진행하는 인원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즉석사진을 프린트해 주는 '올공두컷' 등도 이목을 끌었다.

현장에는 음식 등을 배부하는 푸드트럭이 배치됐다. / 위키트리
그림그리기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들이 피켓을 그리고 있다. / 위키트리
의료·체육보건 계열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서 재활 봉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재선거' 단일 구호에서 성조기·한미공조 수사 촉구까지, '본질 왜곡' 우려도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가 14일 오후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 위키트리

시위가 장기화되며 현장 분위기에는 복잡한 변화가 일고 있다. 초반에는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을 경계하며 '재선거' 단일 구호를 외쳤으나 이후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구호가 굳어졌다. 지난 주말 시위 현장 곳곳에서도 태극기와 함께 대형 성조기가 눈에 띄게 보였다. 한쪽 공간에서는 "한미공조 국제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도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정치 색채가 짙어지며 시위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나경원·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현장을 방문했다. 나 의원은 종이 피켓에 직접 태극기 그림을 그리는 등 참가자들과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도 피켓을 들고 거닐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을 하는 등 현장을 격려했다.

오후 5시 무렵에는 한국사 강사 출신 보수 유튜버 전한길 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전씨는 현장을 다니며 주변과 소통했고 참가자들도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는 핸드볼경기장 2-3 게이트 인근에서 자신을 둘러싼 참가자들을 향해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싸우겠다"는 취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주말에 이어 16일까지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선관위는 해체만이 답"이라며 "불법선거, 부정선거.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을 의심해야 한다. 부실을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이 바로 부정"이라고 쓴 바 있다. 그러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입틀막 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났다. 재선거, 특검, 선거제도 개혁, 선관위 개혁이 답"이라며 "모두 '올공'에 올인해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아 함께 자리했다. / 뉴스1

경찰, 불법 행위에는 엄정 대응 예고

지난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이송된 투표함이 개표되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경찰들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 뉴스1

시위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며 경찰 측도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평화 시위를 보장하되 시위 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와 관련해서는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정례 기자간담회을 열고 잠실 개표소 시위에 대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참정권 침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모인 공론의 장이라고 기본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자발적 참여자가 평화롭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박 청장은 "평화적 의사 표현은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 권리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박 청장은 "일부 참가자가 경찰을 모욕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소지품 검문을 비롯해 언론사 기자 폭행, 현장 경찰관에 대한 모욕, 참가자들 간 폭행 등 총 15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박 청장은 유소년 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에 대한 소지품 수색 사건과 관련해서는 "다중의 위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일반 강요 혐의가 아닌 특수 강요를 적용했다"면서 "최고 형량이 10년 이하 징역이다. 아무 생각 없이 동조했다가 공범이 될 경우 패가망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박 청장은 "언론인 폭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체포·감금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다중 위력이기 때문에 특수범죄 적용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핸드볼경기장에 입주한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 단체들이 사무실에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업무방해 행위가 확인되면 엄정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16일 대한체육회는 업무 복귀를 위해 핸드볼경기장 진입을 시도했지만 일부 시민의 저지로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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