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오늘의 주요 이슈를 사실-맥락-관점의 세 축으로 풀어드립니다. 음악에서 ‘피처링’은 협업과 도움을 뜻하고, 저널리즘의 Feature는 단순 속보가 아닌 깊이 있는 맥락과 스토리를 다룹니다. 〈뉴스 피처링〉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담아 뉴스의 본질과 함의를 알기 쉽게 풀어내 여러분의 뉴스 생활을 입체적으로 피처링 해드리겠습니다.
【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더불어민주당 당청 갈등이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지점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집권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은 어느 정권에서나 있었지만 이번 갈등은 결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당대표나 핵심 의원들이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중을 전달하며 상황을 조정하거나 전투를 이끌었습니다. 윤석열 정권 때는 김기현 권성동 등이 대통령의 별동대 역할을 했습니다. 집권세력 내부에 이견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는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을 통해 정리됐고 대통령은 한발 뒤에서 상황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개되는 여권의 권력투쟁을 보십시오. 뭔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 대통령이 이번 판을 직접 이끌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습니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평가 등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정청래 대표를 겨냥해 돌직구를 던져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후 이 대통령은 13일 유럽순방 중임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집권여당은 신념의 언어보다는 ‘책임의 언어’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올렸습니다. 해외 순방 중에는 국내 정치에 대해 아예 언급을 하지 않거나 절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어당 지도부를 겨냥해 ‘똑바로 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연일 날리고 있습니다.
확실히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측근을 시켜 당에 압력을 넣거나 아예 외면하는 등의 간접 방식이 아닌 본인이 직접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에 참여해 갈등을 조정하려 하고 대통령의 이익과 개혁과제를 관철시키려 합니다.
사실 이는 양날의 칼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전투를 치르게 되면 승리하더라도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됩니다. 반대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침묵하고 있는 친명계 의원들에게 대리전을 독려하는 신호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왜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것일까요. 먼저 이 대통령이 무조건 권력투쟁에 직접 뛰어드는 ‘막무가내’ 스타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상황에 따라 전투 스타일을 달리 하는데 이번에는 그 상대가 정청래라는 인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참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먼저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정 대표는 역대정권 집권여당 대표 가운데 어떤 유형일까요.
역대 집권여당 대표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먼저 ‘박근혜 류’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 아래 여당 대표였는데 차기 집권이 유력한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였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쪽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박근혜 대표의 영향력은 충청 행정수도 이전까지 막아낼 만큼 막강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이런 막강한 대권주자는 아닙니다. 이 대통령이 박근혜급 정청래였다면 직접 참전해 싸우지도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동훈 류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키웠다가 결국 등을 돌린 후계자형입니다. 이 대통령이라면 배신자 여당 대표와 이전투구 볼썽사나운 싸움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사실 정청래 대표는 앞서의 두 가지 여당 대표 유형 가운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정치인도 아니고(그만한 카리스마와 서사, 능력 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키운 정치인도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 경력만 놓고 보면 이 대통령보다 선배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민주당에서 가장 강하게 대통령과 맞서는 인물이 됐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도대체 왜 그렇게 이 대통령에게 맞서려 할까요. 그는 대권주자도 아니고 대통령이 키워준 상명하복형 정치인도 아닙니다. 그는 일종의 ‘잡초 정치인’입니다. 총선에서 ‘퐁당퐁당 당선’을 할 만큼 부침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그는 개인의 독자적인 역량을 키우기보다 당원과 지지층, 그리고 장외의 유튜브 인플루언서에 기대 정치력을 키워온 인물입니다.
당원과 지지층을 이끌기보다 그들의 무등에 철저하게 얹혀 상황을 돌파해왔습니다. 그 정점이 당원 1인1표제입니다. 언뜻 가장 민주적인 방식인 듯 보이지만 당원 인기투표 성격이 강해 일단 무리에 의해 찍히면 생존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정청래 대표의 힘은 개인의 야망과 능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의지하고 있는 강성 당원정치의 힘에서 찾아야 합니다. 과거 민주당은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면 사실상 게임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유튜브 정치가 성장했고 권리당원은 폭증했습니다. 김어준·유시민 등 당 밖의 영향력 있는 정치 콘텐츠 생산자들이 형성한 거대한 여론 공간도 존재합니다. 정 대표는 사실상 그 흐름의 정치적 수혜자인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직접’ 참전을 대입해보겠습니다. 지금 이 대통령은 정청래 개인을 상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대통령은 정청래 뒤에 버티고 있는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강성 지지층들과 맞짱을 뜨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때 언급한 내용 중에 ‘너 뭐 먹을 거 있어 우리 집에 들어왔지?’라고 말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 자신이 민주당 주류 적자가 아닙니다. 민주당을 장악하면서 ‘똑똑하고 자존심 강한 민주당 성골’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았지만 꿋꿋하게 권력의지를 관철해 나갔습니다.
그때도 이 대통령은 외로운 싸움을 했습니다. 자기들 집에 들어가려 하면 신분증 검사부터 하는 친문의 성역을 오로지 행정 능력과 실적으로 뚫어낸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상대하는 것은 정청래 개인이 아니라 그의 뒤를 떠받치고 있는 조직화된 당원 정치와 친문 기득권 세력과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이 대통령의 공개 발언 수위가 높아지는 것도 단순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진보진영의 권력구조 개편을 둘러싼 위기의식의 표현으로도 읽힙니다. 민주당의 권력구조는 당원 정치라는 이름 아래 일부 장외 스피커들과 ‘고인물’에 의해 장악돼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계파가 아니거나 순혈이 아니면 그 ‘조직’에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폐쇄적인 권력구조 아래에서는 어떤 개혁과제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습니다. 이재명 정권의 검찰개혁이 흐르는 방향을 보면 효율적인 수사권보다 선명한 검찰 배제가 우선인 것처럼 비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진보진영의 적폐는 깰 수도 없고 민주당 의원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습니다. 이는 오로지 대통령의 힘으로 어떻게 비벼볼 여지가 없는 외로운 싸움일 것입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참전한 이번 권력투쟁의 또 다른 이면은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정치적 ‘장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역설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누구보다 강한 권력을 갖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고립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친명 핵심 의원들은 대부분 대통령의 후광 아래 성장한 인물들입니다. 대통령을 대신해 강성 지지층과 정면충돌하며 정치적 위험을 떠안을 이유가 크지 않고 그럴 만한 맷집도 없습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정청래 대표와 맞서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은 사실상 보이지 않습니다. 일부 최고위원이나 친명 성향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원 조직과 강성 지지층의 결집력 앞에서는 존재감이 크지 않습니다. 결국 친명계 전체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 직접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으로 김민석 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전당대회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면 이 대통령과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결국 공천권입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지방선거 후폭풍에 따른 당 지도부 책임론 논란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투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강조하는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라는 구호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닙니다. 권리당원 중심 체제가 강화될수록 당대표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당권은 결국 공천권으로 연결되고 공천권은 곧 차기 권력의 기반이 됩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2028년 총선이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을 유지하려면 자신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의원들이 원내 다수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청래 체제가 굳어질 경우 공천 기준은 대통령실보다 권리당원 조직과 당 지도부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퇴임 후도 미리 대비해놓아야 합니다. 민주당에 그를 막아줄 안전판이 별로 없다면 퇴임 후 엄청나게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마을에서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도 친문이라는 강력한 바람막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공천 영향력을 확보해 원내에 최대한 많은 우군을 심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도 ‘이재명’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은 역대 정권의 권력 부침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대통령이 맞서고 있는 상대는 정청래 개인이 아닙니다. 정청래를 매개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권력구조입니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단순한 당청 갈등이 아니라 누가 민주당의 다음 2년을 지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한복판인 것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전쟁의 중심에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서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보다 강한 권력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이 다름 아닌 지금의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게 현 정권의 허약한 권력 토대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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