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1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은 시위 참가자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현장을 찾아 체육단체 활동 보장을 촉구했지만, 시위대는 봉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6일 핸드볼경기장 출입구에서 대한체육회 산하 체육단체 관계자들의 진입을 막은 여성 A씨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전날 핸드볼경기장에서 체육회 관계자들이 국제경기 준비와 회계업무 등을 위해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으나 일부 시민의 저지로 무산된 사안에 대해 피해 상황과 증거 자료 분석 등을 토대로 불법행위와 수사 대상자 확인 등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시위 참가자들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체육단체의 제한적 출입에 합의한 뒤에도 출입문을 붙잡고 약 2시간 동안 통행을 막았다. 장 대표 등이 설득에 나섰지만 A씨는 개표소 내 투표지와 투표함 보전 절차가 우선이라며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진입은 무산됐다.
경찰은 이 밖에도 개표소 봉쇄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15건을 수사 중이다. 현장 경찰관을 둘러싸고 모욕성 발언을 하거나, 이를 온라인에 게시한 혐의로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을 상대로 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시위대 200여 명이 집결했다. 경기장 2-1 출입구에는 '6·3 지방선거 전면 무효', '증거 보존', '한미 공조수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고 참가자들은 '전국 재선거, 증거보전 중' 손팻말을 든 채 집회를 이어갔다.
장기화된 시위 속에 내부 이견도 감지됐다. 체육단체 직원들의 진입 허용 여부를 놓고 일부 참가자들은 "들여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은 "끝까지 막아야 한다"고 맞섰다. 현장에서는 한 참가자가 유튜브 방송 진행자를 향해 "왜 채널을 알려주지 않느냐. 프락치 아니냐"고 따지는 등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천준호·임오경·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체육회 관계자들로부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체육단체 활동 보장을 촉구했다.
천 의원은 "선거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목소리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체육 활동을 하고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활동 역시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이 세계대회에 출전하면서 경기용 칼을 들고 나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국제 활동에도 상당한 지장과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며 "체육회의 활동이 보장돼야만 국민 참정권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더욱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아시안게임도 100일이 채 남지 않은 시점인데 국제대회 유치와 관련한 행정 절차가 사실상 마비 상태"라며 "펜싱 선수들이 경기용 칼이 없어 연습용 칼을 들고 나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현장 관계자들이 유튜브에 노출돼 신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카메라만 봐도 긴장 상태가 될 정도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체육단체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여야는 국민 참정권 침해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에 합의했고 내일 본회의에서 채택될 예정"이라며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반영돼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체육회의 활동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통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며 "이를 가로막는 것은 불법적인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체육회와 당구·펜싱·핸드볼 등 9개 체육단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이들은 출입 제한 장기화로 국가대표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등 핵심 기능이 마비되고 있으며, 피해 규모가 약 60억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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