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시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여파가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요 항공사들의 합산 영업손실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5.1% 떨어진 배럴당 78.96달러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5.8% 내린 배럴당 76.0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와 WTI 가격이 8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28일 중동전쟁 발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유가 하락에 따라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도 낮아졌다. 오는 7월 항공권에는 유류할증료가 전월 대비 8단계 인하된 19단계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는 7월 유류할증료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이 갤런당 338.3센트로 전월 대비 17.5% 떨어진 영향이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주요 항공사들은 이에 맞춰 유류할증료를 점차적으로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업계도 모처럼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통상 항공사들은 영업비용 20~30%를 연료비로 사용하는 만큼, 항공유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올해 상반기 지정학적 리스크로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를 입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최근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이 같은 비용 부담은 차츰 완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2분기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사들은 전쟁 여파로 막대한 유류비와 리스료 비용을 떠안았고, 그 비용 증가분이 고스란히 이번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서다.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대형항공사(FSC)까지 줄줄이 적자전환을 맞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증권가 전망치대로라면 대한항공은 2269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49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LCC 중에서는 티웨이항공이 1200억원, 진에어 703억원, 제주항공 540억원의 적자가 점쳐진다. 전망치가 공개된 5개 항공사만 합쳐도 예상 손실 규모는 약 8200억원이며, 여기에 비상장 항공사까지 포함하면 전체 적자 규모는 1조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항공사들은 노선 감축에 나서는 등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현재 주요 항공사들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당장 2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만큼 당분간 긴축 경영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이 이뤄지면 하반기에는 유가 하락으로 비용 부담이 완화되고, 그간 제약을 받았던 여객 수요도 점차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유류할증료 부담이 줄면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수요 개선이 뚜렷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비상경영 체제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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