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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금융안정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신관호 한국금융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과의 대담에서 “글로벌 자본 흐름은 점차 정치적으로 가까운 국가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며 “개방도가 높은 중견국은 해외 자본 흐름 변화에 따른 충격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벡 교수는 최근 세계 경제가 금융의 블록화 현상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본 흐름이 특정 경제 블록 안으로 집중되고 있고, 정치인의 발언이나 정책 메시지 하나에도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개방형 경제는 국내 금융시스템뿐 아니라 해외 자본 흐름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미국 중심 국제금융 질서의 변화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벡 교수는 “최악의 경우에는 금융 인프라조차 자립성을 확보해야 할 수 있다”며 “외부 플레이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은행 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벡 교수는 “위험자산 투자가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은행 외에도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필요하다”며 “벤처캐피털과 성장자본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장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논의되는 ‘부동산·가계대출에서 성장산업으로의 자금 전환’ 정책과 관련해 벡 교수는 “가계대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문제는 특정 자산으로 과도한 자금 쏠림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제 인센티브와 보조금 체계,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신용버블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수단과 함께 생산적 투자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발전의 전제 조건으로는 법치주의와 제도적 독립성을 꼽았다. 벡 교수는 “투자자는 5년, 10년 뒤에도 정책이 급격히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며 “규제당국과 감독당국, 금융기관이 독립성을 유지하고 장기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등 금융혁신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로운 주체가 금융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개별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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