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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스텐 벡 유럽대학연구소(EUI) 금융안정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벡 교수는 ‘힘의 재편과 생산적 금융: 글로벌 질서 변화 속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자본 이동의 구조적 변화와 금융의 역할 재편이 국가 경쟁력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그는 금융이 시장 진입과 접근성을 넓혀 보다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긍정적 기능이 있지만, 동시에 실물경제를 해치면서 지나치게 비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서양 양안과 한국에서 나타난 투기적 환경이 그 사례라는 설명이다.
벡 교수는 또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반면 무형자산 투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금융 규제로 인한 신용경색, 투자 기회 감소, 법인세 인하에 따른 절세 효과 축소, 비(非)은행 자금조달 확대 등을 원인으로 들며 “최근 30년간 무형자산은 유형자산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유럽처럼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을 가진 국가들은 혁신 촉진 기능이 약해질 수 있어 벤처캐피털 등 시장형 금융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탈중앙화 금융과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암호화폐가 범죄 활동에도 활용되고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 됐다며 사회적 효용에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안정성이라는 장점 외에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정학적 변화와 관련해서는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제도적 신뢰 약화, 동맹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봤다. 그는 “USD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재정과 달러 패권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다른 나라의 통화주권을 약화시키고 금융안정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벡 교수는 무역, 금융, 자본흐름이 미국과 중국 중심의 블록 내부로 재편되는 흐름도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새로운 불확실성과 불균형, 잠재적 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와 시나리오 분석 강화, 통화별 유동성 규제, 거시건전성 완충 장치 도입 등이 필요하다”며 “국제협력을 지속하되 그것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무역과 자본이동, 직접투자 경로의 다변화도 필요하다”도 강조했다.
아울러 생산적 금융을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지급보증, 자금공급 등 금융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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