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찰들이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근무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6일, 올림픽공원 핸드볼 경기장에 마련된 개표소를 둘러싸고 진입을 시도하는 체육단체와 이를 막아선 시위대 간의 대치가 벌어졌다. 이 경기장 내부에는 대한펜싱협회 등 다수의 체육단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선거 관련 증거 보전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출입문을 원천 봉쇄하면서, 단체 직원들은 12일째 사무실에 발조차 들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경고와 정치권의 중재도 소용없었다.
국가대표는 칼 빌려 출국, 직원은 임금 체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들과 실무자들의 몫이 됐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2일째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당장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유 회장에 따르면 펜싱, 당구, 핸드볼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펜싱 국가대표 선수들은 부피가 큰 보조 장비들이 사무실 창고에 묶여 있어, 본인 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장비를 빌려 출국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직원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약 70여 명의 체육단체 직원들이 사무실 마비로 급여를 받지 못했다.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실적증명서 발급이 시급한 지도자와 선수들 역시 서류를 떼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유 회장은 "생업에 관련된 부분이라든지 기회에 대한 부분들이 겹치면 과연 누가 책임져 줄 거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물품만 챙기겠다" 합의에도… 단 한 명 반대에 무산된 중재
사태 해결을 위해 전날 경찰력 투입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중재가 이루어졌다.
시위대 다수도 "빨리 들고 올 물품만 들고 와라"라며 사무실 진입에 동의했다. 하지만 출입문을 막아선 한 여성 시민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유 회장은 해당 시민과 직접 대화를 나눴으나 "그분 또한 '체육단체들이 당연히 일을 해야 되는 건 이해한다. 다만 그 순서가 증거 보전부터 해서 그런 것들이 우선되고 나서 일을 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는 의견을 계속해서 고수하셔서 설득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현장에 있던 국민의힘 측 역시 "한 명이라도 문을 막으면 강제로 진행할 뜻이 없다"며 강경 진입에 선을 그었고,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2시간여 만에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유소년 몸수색에 모욕까지… 짚고 넘어가야 할 법적 책임
유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 회장은 "일부 시민들이 유소년 핸드볼 선수들 몸수색을 한다거나 가방 검사를 한다거나 또는 그들에게 모욕감을 준다거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체육인을 대표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이는 법적으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시위대가 출입문을 막아서고 체육단체의 정상적인 업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아무런 법적 권한 없이 가방을 뒤지거나 신체를 수색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한 것은 강요죄 및 모욕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 행위다.
나아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체육단체와 선수들이 입은 재산상 손해(임금 체불로 인한 지연 이자 등)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대규모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유 회장은 끝으로 "공권력 투입이라는 게 집회 해산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라며 "최소한 우리가 안전하게 짐을 들고 나올 수 있도록 보호를 해달라고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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