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구팀 "우울·사회적 고립 증가…치료법 개발·전문 진료 확대 시급"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후각이나 미각을 잃은 사람들이 음식의 즐거움 상실과 우울증·사회적 위축 등으로 겪는 삶의 질 저하 수준이 당뇨병·뇌졸중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과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노리치 의대 칼 필폿 교수팀은 17일 의학 저널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laryngology)에서 후각·미각 장애(SATDs) 환자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 수준을 다른 만성질환들과 비교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가 후각이나 미각 상실을 단순한 불편 정도로 여겨온 기존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후각·미각 장애가 초래하는 부담이 의료계와 사회에서 충분히 인식되지 못해 왔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후각·미각 장애가 환자의 삶에 미치는 부담을 평가하기 위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문헌을 검토, 당뇨병·뇌졸중·심혈관질환·호흡기질환·이비인후과 질환 등 대표적인 만성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및 우울증 지표와 비교했다.
우울 증상 평가는 벡우울척도(BDI : 0~63점 중 0~9점이면 정상 범위)가 사용됐고, 삶의 질 평가에는 이동 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통증·불편감, 불안·우울 등이 반영된 EQ-5D-5L(0~1점 중 1에 가까울수록 건강)이 사용됐다.
분석 결과 후각·미각 장애 환자들의 삶의 질(EQ-5D-5L)과 우울증(BDI) 점수가 당뇨병, 뇌졸중,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이비인후과 질환 환자들에게서 보고된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미각 장애 환자 44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평균 EQ-5D-5L 점수는 0.79점, 평균 벡우울척도 점수는 13.38점으로 확인됐다.
당뇨병 환자의 EQ-5D-5L 점수는 연구에 따라 0.72~0.82 수준이었고, 뇌졸중 환자는 0.68, 천식 환자는 0.84 안팎, 만성 심부전 환자는 0.60~0.73 수준이었다.
실제로 후각·미각 장애 환자 집단에서는 약 45%만이 정상 범위의 기분 상태를 보였고, 나머지는 경도 이상의 우울 증상을 나타냈으며, 후각 상실 정도가 심할수록 우울 증상도 심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필폿 교수는 "후각·미각 장애 환자들은 음식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사회적 교류에 어려움을 겪고, 연기나 가스 냄새를 맡지 못해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감정이 무뎌지는 듯한 괴로운 경험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후각·미각 장애는 지속적으로 상당한 정서적·사회적·심리적 고통을 유발하고, 그 영향이 흔히 삶을 바꾸는 질환으로 여겨지는 만성질환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만 이 결과는 후각·미각 장애가 당뇨병이나 뇌졸중과 같은 질환 자체와 동일한 심각성을 가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질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필폿 교수는 "이런 심각성에도 후각·미각 장애는 여전히 과소 평가돼 의료체계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문제로 취급되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제한적"이라며 "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연구 확대, 전문 진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출처 : Clinical Otolaryngology, Carl Philpott et al., 'Comparing quality of life in smell and taste disorders with other chronic conditions - a narrative review',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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