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낯선 이름의 소국들을 세계 무대 전면에 등장시키며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대회부터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카보베르데, 퀴라소,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등 네 나라가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카보베르데와 퀴라소는 각각 52만 명, 15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섬나라로, 국내 팬들 사이에서 '지구본 어디쯤 있는 곳이냐'는 질문이 쏟아질 만큼 생소한 국가다.
대서양 한가운데 아프리카 서쪽에 자리한 카보베르데는 15개 섬으로 구성된 군도 국가다. 포르투갈의 500년 식민 지배를 거쳐 1975년 독립을 쟁취했다. 16일(한국시간)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H조 첫 경기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0-0 무승부를 이끌어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우승 후보를 붙잡은 소국의 선전에 국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이 카보베르데로 도배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처음 듣지만 평생 잊지 못할 이름', '작은 고추가 맵다'는 감탄이 연이어 올라왔다.
남부 카리브해에 위치한 퀴라소도 첫 본선 진출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베네수엘라 북쪽 해안에서 약 60km 떨어진 이 섬은 아루바, 보네르와 함께 'ABC 제도'로 불린다. 네덜란드 왕국 자치령인 퀴라소는 인구 15만 명으로 월드컵 역사상 본선에 오른 최소 인구 국가라는 기록을 새로 썼다.
14일 E조 경기에서 독일에 1-7로 무릎을 꿇었지만, 전반 21분 리바노 코메넨시아가 터뜨린 골은 국가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득점으로 기록됐다. 특히 퀴라소 벤치에 앉은 인물이 국내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던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온라인에서는 '프랑스전 선전을 이끈 그분', '왠지 응원하고 싶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소규모 국가들의 본선 진출이 잇따르면서 팬들의 관심은 경기 결과를 넘어 해당 나라의 지리, 역사,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월드컵이 지구 곳곳 숨겨진 나라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월드컵은 출전 기회를 늘린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소규모 국가들이 자국의 이름과 문화를 전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는 거대한 브랜딩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카보베르데와 퀴라소의 도전이 대회에 또 다른 감동 서사를 더하고 있다"며 "이들에게 월드컵은 곧 스포츠 마케팅의 절호의 무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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