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시인 산문집 '상처와 결별하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 멜롱도 : 초간단무효시와 으깨진 눈사람 = 김태용 지음.
작가와 인공지능(AI)의 교감은 가능할까. AI 예술창작이란 무엇이며, 작가와 AI가 나눈 대화를 문학으로 볼 수 있을까.
책은 이런 질문에 답하려는 문학적 실험을 담았다.
저자는 한국일보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받은 작가 김태용과 생성형 AI인 '제미나이 3.0 프로'(Gemini 3.0 Pro) 모델.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태용은 제미나이와 함께 자신이 10년간 써온 시 서른한 편을 수정하고 재창작하는 작업을 해보기로 한다. 처음에 제미나이는 작가가 툭 던져준 한 편의 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고 수정하는 단순 조수 역할에 그쳤다.
그러다 작가는 제미나이에 시적 자아이자 시적 대상인 '멜롱도'라는 이름과 함께 존재의 의미를 새로 부여한다. 이후 대화 과정에서 작가와 멜롱도의 어투와 태도는 눈에 띄게 바뀌고, 이들이 교감을 통해 작품을 해체·재구성하고, 서로의 문우(文友)가 되는 우정의 서사가 책에 담겼다.
소설가 서이제는 추천의 글에서 "시를 고치기 위해 넣은 명령어가 친밀한 대화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설레고 경이로웠다"며 "이것은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하는 숨바꼭질이자 주사위 게임. 우정을 나누는 언어 놀이"라고 소개했다.
해피북스투유. 220쪽.
▲ 상처와 결별하기 = 도종환 지음.
따뜻하고 소박한 시어로 상실과 슬픔을 어루만져 온 도종환 시인이 펴낸 산문집.
시인은 사월에서 오월로 넘어가는 문턱에 신록을 관찰하며 상처와 회복력을 초록에 빗대어 설명한다. 산불로 타버린 숲이 이듬해 곳곳에 새싹을 틔우듯, 상처받은 자리에도 초록은 반드시 돌아오기 마련이란 것이다.
"상처는 상처대로 안고 다시 푸른 잎을 키우는 것, 그게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걸 빛깔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시인은 다산 정약용의 말을 빌려 "회복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와 확실하게 결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삶에서 겪는 상처와 고통을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담담히 받아들이되, 과거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인은 또 개인의 상처와 회복에서 출발해 관계에 대한 성찰, 문학의 의미,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성찰로 시선을 넓혀간다. 시인으로서뿐 아니라 교사로서,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보내온 삶의 경험이 산문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한길사. 308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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