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관…제천시, 2차 발굴 조사 등 반환 근거 마련
(제천=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북 제천시가 방탄소년단(BTS)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보물 '원랑선사탑비'의 고향 반환을 위한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탑비를 안전하게 보존할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등 실제 반환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7일 제천시에 따르면 시는 신라 말의 고승 원랑선사(816∼883)의 일생을 기록한 보물 제360호 원랑선사탑비가 있던 월광사지(연면적 1만8천여㎡)에 대한 2차 발굴조사를 오는 11월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2014년부터 국가유산청으로부터 문화재 발굴 허가를 받아 3억5천여만원을 투입, 1차 발굴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고려시대로 추정되는 사찰 기초석, 배수시설, 연꽃무늬가 새겨진 기와 등이 출토됐다.
시는 추가 발굴조사와 학술대회 개최 등을 통해 월광사지의 역사적 가치를 입증한 뒤 국가사적 승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비사업을 추진해 탑비 보호각 또는 전시관을 건립해 탑비의 제천 반환을 공식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탑비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제천 의림지역사박물관 광장에 세워진 탑비는 시가 반환 염원을 담아 만든 복제비다.
원랑선사탑비가 고향인 제천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 여론이 일었지만, 월광사지가 제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에 위치해 보존 여건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내년 4월 개관 예정인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탑비는 오는 11월 국립충주박물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며 현재 보존 처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향후 시의 요구가 있을 경우 문화재 반환 검토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재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보존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지진 대비 시설과 온·습도 관리 시스템 등 고도화한 문화재 관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제반 환경이 갖춰지더라도 반환 여부는 국가유산청과 협의해 심의하는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립충주박물관은 충주만의 박물관이 아닌 남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중원 문화권 전체를 아우르는 거점"이라며 "박물관의 정체성을 특정 행정구역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시는 일제강점기에 반출됐다가 113년 만에 고향 원주 법천사지로 돌아온 국보 지광국사탑의 사례를 언급하며 탑비 고향 반환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1962년 국보로 지정된 지광국사탑은 일제강점기 때 무단 해체돼 경성, 일본 오사카로 반출됐다가 돌아온 뒤에도 경복궁 뜰, 경회루 동쪽 등으로 옮겨졌고 6.25전쟁 때는 폭격으로 1만2천개 조각으로 분리됐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되다가 복원을 거쳐 2024년 고향 원주 법천사지에 안착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에서 일반적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왕실 관련 기와가 출토됐다"며 "월광사지가 왕실과 연결된 유적임이 확인된 만큼 탑비가 고향으로 돌아와야 그 역사성과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월광사는 신라 제32대 효소왕(692∼702) 시대의 승려 도증에 의해 창건돼 고려시대까지 융성하다가 17세기 이후 폐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랑선사탑비는 원래 이곳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22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경복궁으로 옮겨진 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다시 옮겨졌다.
탑비는 BTS의 가상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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