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매일 품에 안고 잠들던 장난감이 있었다.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를 가든 함께했던 존재. 어른이 된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지만, 그 시절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오늘날 아이들의 노는 풍경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친구와 함께 있어도 서로의 얼굴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화면을 바라본다. 우정을 쌓아가는 방식 역시 디지털 기기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화면 속 세상에 익숙해진 시대에도 장난감은 여전히 아이들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한때 사랑했던 장난감들은 정말 완전히 잊혀진 걸까.
7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5’는 바로 그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현재 아이들의 현실을 정면으로 비춘다. 하루종일 태블릿 화면을 들여다보는 풍경, 온라인 관계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장난감의 주인, 보니가 있다. 인형을 갖고 상황극을 하며 노는 것을 좋아하던 보니는 ‘패드만 쳐다보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결국 부모를 설득해 스마트 태블릿 ‘릴리패드’를 갖게 된다. 이후 보니는 장난감보다 화면 속 세상에 빠져들게 된다.
이를 지켜보던 제시는 우디의 뒤를 이어 장난감들의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더 이상 아이들이 장난감과 놀지 않는 현실 앞에서 혼란을 느끼고, 이를 전해 들은 우디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그렇게 장난감들은 보니를 되찾기 위한 또 다른 모험에 나선다.
‘토이 스토리 5’는 단순히 ‘스마트 기기가 나쁘고, 아날로그 장난감과 놀아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 자체보다 그것이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집중한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손에 붙잡고 있던 릴리패드는 결국 보니를 더욱 외롭게 만든다. 친구들의 노골적인 놀림과 비난 속에서 보니는 점차 자신을 잃어간다.
영화의 백미는 ‘새로운 리더’ 제시의 여정이다. 우연한 사고로 보니 곁을 갑작스럽게 떠나게 된 제시는 자신의 다리에 적힌 첫 주인 에밀리의 주소를 따라 과거의 흔적으로 강제로 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술 발전으로 창고에 처박힌 오래된 전자 장난감들과 만나며 펼쳐지는 모험은 웃음을 선사한다. 그 웃음 뒤에는 시대에 밀려난 존재들의 쓸쓸함이 존재한다.
제시가 자신을 버린 줄로만 알았던 첫 주인 에밀리를 떠올리며 혼란을 겪고, 끝내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과정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만약 마음속 한구석에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나만의 ‘제시’가 존재한다면, 이 장면이 유독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언제나 그랬듯 이번 작품 역시 어른들에게 깊게 다가온다. 영화 속 장난감들은 단순한 놀이감을 넘어, 결국 순수했던 자신을 상징하는 소중한 추억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토이 스토리 5’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우열을 가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시대에 살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함께 쌓아온 추억의 가치가 결코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쿠키 영상은 2개.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마지막 영상까지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17일 개봉. 러닝타임 102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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