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자금은 소수 대형주에만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 호황) 기대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유동성이 몰리면서 시장 전반의 온기 확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2조원을 넘어서며 연중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조5429억원, SK하이닉스는 12조1478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계는 약 3700조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웃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한국 시장의 주도주를 넘어 상품시장의 공통 기초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대다수 종목 소외…거래·수익률 양극화 뚜렷
외국인 자금도 대형주에 집중되는 흐름이다. 25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삼성전기를 9600억원어치 사들였고 SK하이닉스(4257억원), SK스퀘어(1840억원), 현대차(1150억원) 등을 대거 순매수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코스피 대형주로 집중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다수 종목은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코스피 상장 종목 가운데 일평균 거래대금이 1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은 전체의 약 94%에 달한다.
실물 경제의 수출도 반도체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컴퓨터를 제외한 대부분 품목은 성장세가 미미하거나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반도체 중심의 성장 속에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확대도 쏠림 현상을 자극했다. 패시브 자금은 시가총액 비중에 따라 상위 종목을 우선 매수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로 수급이 가중된다.
KB증권이 최근 20거래일 수급 흐름과 최근 2년간의 동행비율을 반영해 분석한 ‘ETF Flow Monitor’에 따르면 수급 상위권에는 ‘SOL AI반도체TOP2플러스’,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 ‘1Q K반도체TOP2채권혼합50’ 등 반도체 위주 상품들이 포진했다.
◇쏠림 완화 조짐도…“추격매수보다 분할매수 대응”
다만 증권업계는 시장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의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ADR(양매도비율)’은 시장 전반의 매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를 기준으로 상승·하락 종목이 균형을 이뤘다고 보며 120% 이상이면 과매수, 70% 이하면 과매도로 판단한다.
지난 15일 코스피 시장의 ADR은 71%를 기록했다. 지난 8일 45.49%까지 떨어지며 약 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이후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완화하고 주도주 중심의 제한적인 상승에서 벗어나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업종 전반으로 매수세가 번지고 있으나 실적과 수급이 집중된 주도주의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대승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등 기존 주도주 중심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변동성이 큰 만큼 공격적인 추격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 접근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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