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불과 20년 전, 이 하늘에는 미군 전투기의 굉음이 울려 퍼졌고, 바다에는 포탄이 쏟아졌다. 어린아이가 불발탄을 건드려 목숨을 잃었고, 만삭의 임산부가 굴을 따다 폭탄에 스러졌다.
16일 화성시 매향리 평화기념관에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 시민 40여 명이 이 역사의 현장을 찾았다.
1951년 한국전쟁 중 미군이 매향리 앞 농섬을 해상 표적으로 삼으면서 시작된 비극은 이후 수십 년을 이어졌다. 쿠니사격장이 들어서자 주민들은 비옥한 농지와 바다를 빼앗겼다. 굴과 조개를 채집하던 생계의 터전이 사라졌고, 저녁 사격 중지 신호가 떨어진 뒤에야 겨우 바다에 나갈 수 있었다.
사격훈련장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명, 부상자는 11명에 달했다. 난청, 주택 파손, 가축 유산 등의 피해도 끊이지 않았다. 1956년에는 어린이 5명이 불발탄을 건드리다 폭발이 일어나 4명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1967년에는 만삭의 임산부가 해안에서 굴을 따다 폭탄에 맞아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정신적 피해도 깊었다.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매향리 주민들의 자살률은 다른 지역보다 2~7배 높았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세를 보이는 비율은 타 지역 대비 9배에 달했다.
포탄박물관 해설을 맡은 전만규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54년간의 폭격과 주민 고통의 역사는 결코 과거사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경고"라며 "이번 시민교육이 매향리의 역사와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5년 주민들의 끈질긴 투쟁 끝에 쿠니사격장이 폐쇄됐고, 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철조망과 건물 일부가 존치된 채 평화기념관이 조성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날 역설적 현실을 마주했다. 매향리와 맞닿은 화옹지구가 수원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54년의 포성이 겨우 잠든 땅 바로 곁에, 또 다른 굉음이 들어서려 하고 있다.
이어 진행된 화옹지구 및 궁평 오솔로 현장탐방에서는 화옹지구 일대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직접 확인하고, 주변 환경을 둘러보며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와 환경 보전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은 "이번 교육은 수원군공항 화성 이전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올바르게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혀가는 자리"라며 "현장 체험과 역사 교육을 통해 지역의 가치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올해 시민교육과 현장 소통 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범시민 서명운동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국제공항 건설 반대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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