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시시각각] 사전투표 유지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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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시시각각] 사전투표 유지보다 신뢰 회복이 먼저다

경기일보 2026-06-16 19:16: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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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필자는 부정선거 주장을 전혀 믿지 않는다. 필자가 서두에 이 점을 분명히 밝히는 이유는 사전투표에 관한 의견을 말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전투표는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제도는 아니다. 일본 역시 사전투표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관위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으로 인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정선거 주장 세력은 주로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한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사전투표를 둘러싼 잘못된 주장이 상당수 국민에게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사전투표를 통해 투표율을 높이려던 효과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선관위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득표수 오기(誤記) 등은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렸음이 분명하다.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하락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면 결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곧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할 위기로 번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선관위의 실책이 불러온 위기를 감안하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의 목소리를 잦아들게 할 필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바로 그런 차원에서 사전투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선거를 보면 선관위의 실책은 주로 사전투표 과정에서 발생했는데 이런 실책이 부정선거 주장과 연결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투표가 투표율 제고에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전투표가 부정선거론자들에게 단골 소재로 거론되는 데다 선관위 인력만으로 모든 사전투표소를 빈틈없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까지 고려하면 이제는 투표율 제고만을 기준으로 제도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선거 관리의 정확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부정선거 주장으로부터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사전투표제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예컨대 본투표 기간을 이틀이나 사흘로 늘려 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사전투표를 시행하고는 있지만 빈 투표용지에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의 이름을 직접 적어 넣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어 사전투표를 둘러싼 부정선거 논란이 거의 없는 편이다. 독일 역시 ‘공공성은 공개성에서 비롯된다’는 원칙에 따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전자투표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결정을 내린 이후 아날로그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우리도 이런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투표율 제고와 투·개표의 신속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지금 상황에서는 신속성이나 투표율보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쪽을 우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솔직히 말해 이번에 발생한 선관위의 엄청난 실책을 완전히 ‘원상회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투표를 포기하고 집이나 일터로 발길을 돌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투표한 유권자들의 선택이 출구조사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사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은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는 동시에 일부 세력이 부정선거를 주장할 여지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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