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6] 취향은 지키고 피드백은 받아들인다...김용하·김지훈이 말한 작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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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2026] 취향은 지키고 피드백은 받아들인다...김용하·김지훈이 말한 작가주의

게임와이 2026-06-16 19:14: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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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눈부신 학원도시를 그린 '블루 아카이브'와 잔혹한 디스토피아를 다룬 '림버스 컴퍼니'. 작품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갈리지만 두 게임의 출발점에는 "내가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을 만든다"는 공통된 원칙이 자리하고 있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든다는 말은 이용자의 반응을 외면한 채 고집을 밀어붙인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두 개발자는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이용자 피드백과 시장의 요구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도, 작품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용하 넥슨게임즈 IO본부 본부장과 김지훈 프로젝트문 대표는 16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 2026 대담 세션 '내가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을 만든다 - 한국 작가주의 PD의 라이브 서비스 운영기'에 참석해 게임 제작 철학과 라이브 서비스 경험을 공유했다. 진행은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이 맡았다.

올해 NDC는 오는 18일까지 판교 넥슨 사옥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리며, 인공지능과 게임 기획, 운영, 데이터 분석 등 9개 분야에서 총 51개 세션을 진행한다.

 


◇ "들어가고 싶은 세계"...플레이어와 캐릭터의 관계에서 출발한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본부장은 '블루 아카이브'의 방향성이 VR 게임 '포커스 온 유'를 개발했던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VR 게임에서는 이용자가 실제로 세계 안에 들어가 있다는 감각을 전달하는 일이 중요하다. 김 본부장은 '포커스 온 유'를 만들며 캐릭터의 존재감과 세계의 실제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고, 이 경험이 이후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와 플레이어의 역할을 설계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세계이며 플레이어는 어떤 사람이고, 그 안의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 가는지를 신경 쓰게 됐다"고 밝혔다. 넥슨게임즈 IO본부가 추구하는 "들어가고 싶은 세계를 만들자"는 방향 아래, 이용자가 키보토스와 학생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체감하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선생이 사용하는 기기처럼 구성하고, 플레이어의 현실과 게임 속 설정을 연결한 '어른의 카드' 역시 이 같은 접근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실제감을 높이기 위한 설정이 게임의 편의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게임의 형식 안에서 실제감을 억지로 주기 위해 불편하게 만들면 오히려 몰입이 깨질 수 있다"며 "어디까지 타협하더라도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어떻게 이용자에게 전달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바꿀 수 있는 살과 지켜야 할 뼈

김지훈 대표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계와 이야기에 명확한 '뼈'가 있다고 표현했다.

시장 변화에 맞춰 일부 요소를 보완하거나 잘못된 설정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바꾸면 더 이상 자신의 게임과 이야기라고 할 수 없는 지점은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뼈는 확실히 있지만 그 위에 살을 붙이다 보면 현재 흐름에 맞는 요소가 필요할 수도 있고, 제가 잘못 생각해 설정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마음이 아프더라도 바꾸지만,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지점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러리 오브 루이나'의 결말을 수정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당시 욕심을 부리는 과정에서 설정상 문제가 발생했고, 완성된 결과를 확인한 뒤 이야기와 보스전을 다시 제작하는 큰 폭의 수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대표는 기존 이야기를 쉽게 뒤집는 방식은 피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시한 설정이 갑자기 달라지면 이용자는 앞으로 공개될 이야기 역시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용자 반응도 적극적으로 살핀다. 업데이트 이후 인터넷 반응을 찾아보는 이른바 '에고 서치'를 자주 하고, 스트리머들이 주요 장면을 플레이하는 모습과 반응도 직접 확인한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에서 크게 표출되는 의견을 곧바로 반영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글을 쓰지 않지만 게임을 소비하고 있는 이용자도 많으며, 일부 목소리에 즉각 반응하면 운영 방향이 특정 의견에 끌려가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 빠르게 인정해야 할 실패도 있다

두 개발자는 이용자 피드백이 창작의 범위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제작진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고 봤다.

김용하 본부장은 과거 퍼블리셔의 우려에도 제작진이 원했던 캐릭터를 선보였고,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경험을 소개했다. 개발진이 지키려 했던 요소가 실제 이용자의 마음에도 닿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이후 창작 과정에서도 확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잘못된 판단을 빠르게 철회한 사례도 있었다. '블루 아카이브' 한국 서비스에서 별도의 버튜버 기획을 준비했지만, 공개 직후 이용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중단한 일이다.

해당 기획은 한국 서비스만의 방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지역별 서비스 시점과 운영 범위 등을 고려해 '블루 아카이브' 세계관과 일정한 거리를 둔 캐릭터를 준비했으나,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이 기대한 방향과 어긋났다.

김 본부장은 "많은 것을 준비했더라도 선생님들이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당시 휴가 중이었지만 즉시 계획을 철회하고 사과문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에는 완전히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서비스 초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게시판만 바라보거나 대응 중인 개발진을 재촉할 수 없어 키보드 조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는 커피를 내리는 등 잠시 문제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취미가 하나씩 늘어났다.

김지훈 대표는 이용자 반응을 확인하지 않으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거나 일을 외면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대신 직접 방송을 하며 이용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답답함을 해소하고 다시 개발을 이어갈 힘을 얻는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 일본의 학원물과 한국의 언어...글로벌 팬덤을 만든 교집합

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NDC 현장, (왼쪽부터) 정우철 디스이즈게임 편집장, 김용하 넥슨게임즈 본부장, 김지훈 프로젝트 문 대표이사 / 게임와이 촬영

 

두 작품의 글로벌 성과에 대해서는 치밀한 설계뿐 아니라 운과 주변의 협력이 함께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용하 본부장은 과거 '큐라레: 마법도서관'을 해외에 서비스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돌아봤다. 이를 바탕으로 '블루 아카이브'는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우선해 출시했다.

일본 시장의 흐름에 맞는 요소와 개발진이 보여주고 싶은 고유한 맛 사이의 교집합을 찾았고, 그 결과 선택한 소재 가운데 하나가 학원물이었다. 학원물은 한국보다 일본에서 오랜 기간 소비된 익숙한 장르였고, 여기에 '블루 아카이브'만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더하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김 본부장은 개발진의 노력과 함께 일본 퍼블리셔의 역할, 시장 상황과 운이 맞물린 결과라고 강조했다. 모든 반응을 처음부터 계산해 만들어낸 성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지훈 대표는 '블루 아카이브'가 지닌 특유의 청량함을 일본 성공의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학원물은 많지만 해당 작품이 전달하는 분위기와 감각은 다른 작품에서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프로젝트문은 해외 이용자에게 세계관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영어와 일본어 번역 인력을 내부에 두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과 번역을 함께 진행해야 하는 만큼 일정 부담은 크지만, 세계관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진 번역자가 참여해야 작품의 맥락을 보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대표는 한국어가 가진 표현을 해외 이용자에게 익숙한 단어로 모두 바꾸기보다, 작품이 태어난 문화적 배경을 살리는 방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한국에서 먹고 자라고 경험했던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신선할 수 있다"며 "이를 잘 포장하고 가공한 점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매출보다 팬들의 반응에서 해외 성공을 실감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오프라인 행사에서 긴 대기 행렬을 마주하거나, 세계 각국의 팬들로부터 게임이 삶을 버티는 힘이 됐다는 편지를 받을 때 창작의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 역시 '블루 아카이브'에서 위로를 받아 교사를 꿈꾸거나 실제 교사가 됐다는 이용자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자신이 좋아했던 작가들이 작품을 언급하고 팬아트를 그리는 모습, 일본 코미케에서 관련 부스가 늘어나는 현장도 팬덤의 성장을 체감하는 순간으로 꼽았다.

 


◇ "결과물을 내는 허들은 낮아졌지만 선택받는 허들은 높아졌다"

생성형 AI를 바라보는 두 개발자의 시각도 큰 틀에서 일치했다. 반복 업무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는 활용할 수 있지만, 작품의 개성과 창작자의 판단까지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용하 본부장은 게임이 기술이면서 창작물이기도 하다는 점을 짚었다. 반복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거나 코딩과 버그 수정을 지원하는 영역에서는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러스트와 캐릭터 디자인, 이야기처럼 제작진의 개성이 드러나야 하는 부분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답이 있는 기술적 부분을 채우는 데는 AI를 쓸 수 있지만, 우리만의 맛을 내야 하는 부분에서 팀의 개성이 희석되면 그만큼의 가치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I가 만들어내는 답변은 평균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모범적이지만, 창작자의 결함과 편향, 고유한 문체까지 제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오히려 매끄럽지 않은 인간적인 부분이 작품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훈 대표는 창작물의 소비자가 결과뿐 아니라 창작자가 들인 시간과 고민까지 함께 받아들인다고 봤다. AI가 작업 속도를 높이더라도 절약된 시간을 그대로 줄이기보다 더 많은 시도와 고민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10시간 동안 100개의 일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이 AI로 1000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이유로 1시간만 일하는 결과를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AI는 게임 제작에 필요한 기술적 진입 장벽도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 플랫폼과 상용 게임 엔진이 개발과 출시를 쉬워지게 한 데 이어, AI가 코딩과 제작을 지원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제작이 쉬워지는 만큼 시장에서 선택받기는 어려워진다.

김 본부장은 "결과물을 내는 허들은 낮아졌지만 선택받는 허들은 더 높아졌다"며 "비슷한 게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자신만의 것을 얼마나 뾰족하게 넣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AI 시대에도 PD가 정해야 할 것은 '방향'

AI 시대에도 디렉터의 본질적인 역할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하 본부장은 각 직군이 AI의 도움으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 조직 안에서 각자의 주관도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렉터는 다양한 의견과 역량이 충돌하지 않도록 공통된 방향을 제시하고, 구성원 사이의 접점을 찾아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김지훈 대표도 실무 기술에 대한 요구는 일부 낮아질 수 있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적인 맛을 끌어내는 역량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디렉터는 작품이 향할 방향을 정하고, 여러 구성원이 가진 개성을 하나의 중심 아래 조화시키는 사람이라는 설명이다.

두 사람은 미래의 개발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맛'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본부장은 취향과 안목을 뜻하는 '테이스트'를 거듭 강조했다. 자신이 어떤 장르와 시스템, 세계관과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그 취향을 더욱 뾰족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훈 대표는 창업과 창작에서 운의 영향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능력과 노력만으로 모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운이 찾아올 때까지 남아 있기 위해서는 정신적·육체적 체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를 물 위에서 계속 발을 움직이는 일에 비유했다. 움직임을 멈추면 가라앉는 만큼, 자신의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김 본부장은 "인생이 결국 가챠와 같다"고 말을 이었다. 많은 시도를 이어가며 성공 확률을 조금씩 높여야 언젠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반대의 색깔을 지닌 두 게임이 만나는 지점은 명확했다. 이용자의 반응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된 선택은 인정하되, 작품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자신이 좋아하는 맛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AI가 구현의 속도를 높이고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질수록, 무엇을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창작자의 취향과 판단은 오히려 더 선명해야 한다는 것이 두 개발자가 제시한 작가주의의 생존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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