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란이 종전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갖고 놀며' 자국에 유리한 합의를 끌어냈다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이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유럽 전문 매체 유로뉴스와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고려보다는 경제적 문제를 우선했다면서 "그들(이란)은 트럼프를 바이올린처럼 갖고 놀며 자신들이 원하던 합의를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합의의 지정학적 의미가 아니라 에너지 가격이라면서 "그가 생각하는 단 한 가지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 걸프의 원유를 국제 시장에 유통함으로써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국가안보를 낮은 연료 가격과 맞바꾸는 것과 마찬가지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기본적으로 그런 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합의의 전문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우려하면서 어떤 합의든 표제보다는 구체적 내용이 중요한 법인데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제재 완화 범위,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재개방 방식 등 핵심적인 의문점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로 대단한 합의였다면 이미 공개됐을 것"이라며 "이런 점은 꽤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지도부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도부의 변화는 우리가 이란 정권의 상층부 400∼500명을 제거했기 때문일 뿐이며, 이제 2선급 인사와 부관들을 상대해야 한다"며 "사람이 바뀌기는 했지만 광신적인 정권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이란은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이래 56년 동안 줄곧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은 없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전에 추가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힘이 빠진 상태의 이란과 합의함으로써 미국의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이런 접근 방식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됐다며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정확하게 간파하면서 필사적으로 합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교묘히 조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1기의 대표적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인사로 꼽히는 볼턴 전 보좌관은 중동의 평화는 이란 정권을 교체해야만 가능하다며 협상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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