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밭대 라이즈사업단 제공)
국립한밭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넘어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 중심 대학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교육부와 기획예산처가 국립한밭대를 찾아 앵커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하면서 지역 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잇는 한밭대의 역할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밭대는 '경제·과학도시 대전을 실현하는 지산학연 리딩대학'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지역선도형 대학교육 특성화, 지역정주형 취·창업 활성화, 지산학연 협력 고도화, 직업·평생교육 강화, 지역현안 해결 등 5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대학의 기능을 지역 성장과 연결하고 있다. 단순한 인재 양성을 넘어 학생과 기업, 연구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혁신 플랫폼 구축이 앵커 체계의 핵심이다. 한밭대가 추진하는 앵커 체계의 주요 내용과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서의 성과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역 이해부터 출연연 연계까지… 산학연 잇는 인재양성 체계
한밭대가 추진하는 앵커 체계의 출발점은 지(地)·산(産)·학(學)·연(硏)을 연결하는 인재양성 모델이다. 학생들이 지역을 이해하고 산업 현장을 경험하며 연구 역량까지 키울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학생들은 대전 이해 교과목과 지역 리빙랩, 대전형 Co-op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문제를 접하고 현장실습과 캡스톤디자인을 통해 산업 현장을 경험한다. 여기에 전략산업 분야 특화교육과 마이크로디그리,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한밭대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과 산업, 연구 현장을 함께 경험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과 함께 키우는 현장형 인재… 취업 경쟁력 강화
C+U200 졸업이수제는 한밭대 산학협력 교육의 중심축이다. 진로설계와 AI 교과목 필수화, 캡스톤디자인, 현장실습, 창업교육을 졸업 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이 전공 지식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연계 캡스톤디자인에는 매년 학생 1200여 명과 기업 200여 곳이 참여한다. 전체 학생의 53%가 참여할 정도로 대표적인 현장 밀착형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 교육은 기업협업센터(ICC)와 연계한 기업지원 인프라와도 연결된다. 첨단화학소재상용화센터는 지난 20여 년간 삼성과 SK 등 약 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4만5000건의 분석을 지원했다. 용접접합센터는 지난 30여 년간 한화오션과 포스코 등 700여 개 기업과 협력하며 7700여 명의 국제자격증 취득자를 배출했다.
드론융합기술센터와 스마트팩토리센터, 3D프린팅센터, 반도체소재부품센터, 자율주행센터, 빅데이터제조AI센터 등 특화센터도 기업 기술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자료:한밭대 라이즈사업단 제공)
▲'선경험 후학습' 학생성장 모델… 경험교육의 순서를 바꾸다
한밭대가 RISE를 넘어 앵커 체계로 전환하며 내세우는 학생성장 차별화 전략은 '선경험 후학습' 체계 구축이다.
충분히 배운 뒤 현장에 나가는 전통적인 교육 순서를 뒤집었다.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기업 현장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를 들고 강의실로 돌아와 전공을 학습한다. 기술의 반감기가 짧아진 시대에는 정답을 외우는 학생보다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학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밭대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데이터 기반 '학생성장 추적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대전사랑멤버십'을 통해 저학년 때부터 기업을 경험하고 지역 기업을 탐구하도록 지원한다. 이렇게 쌓인 동기부여가 전략산업 분야 학습과 지역 정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연구 성과를 지역 혁신으로… 실험실을 넘어 산업 현장으로
2025년 출범한 HBIT 융합연구원은 반도체와 우주·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같은 해 구축된 반도체 공공클린룸은 지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핵심 연구 기반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9년 완공 예정인 지산학연협력 재창조관은 산학연 공동 연구와 기술개발을 위한 거점 공간으로 조성된다. 지역 기업과 출연연, 대학 연구진이 함께 참여하는 R&D 전용 공간이다.
교육협업센터(ECC)와 대학부설연구소 연계 프로그램에는 많은 학부생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미니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실 체험과 프로젝트 수행, 해커톤 등을 경험하며 연구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일부 학과에서는 대학원 진학 인원이 2025년 15명에서 2026년 26명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창업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는 구조… 고용과 재투자로 선순환
창업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한밭대 창업교육 참여 인원은 2565명에 달한다. 창업보육센터는 8년 연속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고 기술지주회사 자회사 수는 88개에 이른다. 국립대 최초로 표준특허 수익화 체계도 구축했다.
교원 창업기업인 나노신소재는 코스닥 상장사로 성장하며 대학 창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학생 180명을 채용하고 대학에 발전기금 40억 원을 기부한 점도 대학 창업의 선순환 모델로 평가받는다.
한밭대는 교원 창업동아리와 테스트베드 캠퍼스, 포스트 창업지원, 스케일업 지원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창업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창업이 일회성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기업 성장과 학생 고용, 대학 재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5월 29일 한밭대를 찾아 앵커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한밭대 라이즈사업단 제공)
▲대전을 넘어 초광역 협력으로… 전국 대학과 교육자원 공유
한밭대는 대전권대학 산학협의체를 통해 13개 대학과 공동 프로그램 운영체계를 구축했다. ASAT 중부권 거점 교육센터에서는 AI 시스템반도체 분야 자격증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주대, 서울과학기술대, 국립금오공과대 등과 초광역 공동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개발했다.
또 대학의 교육자원을 지역 재직자와 공유하기 위해 '한밭재직자교육센터(H-WATA)'를 신설했다. 10여 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944명의 재직자가 업스킬과 리스킬 교육을 이수했다.
▲정부가 찾은 앵커 현장… 한밭대에서 지역혁신 해법 찾는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5월 29일 한밭대를 찾아 앵커 추진 현황을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기존 RISE 체계를 앵커로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현장 시찰 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대전시와 한밭대의 앵커 추진 현황과 성과를 공유하고 정책 추진과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할 의견을 논의했다.
대전시는 '경제·과학도시 대전 구현을 위한 교육혁신 지산학연 협력 생태계 구축'을 비전으로 5개년 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한밭대는 지역 대학과 출연연, 기업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RISE 넘어 앵커로… 학생 성장과 지역 혁신을 잇는 플랫폼
한밭대는 RISE 체계를 통해 인재양성 1만4172명, 기업 참여 1200건, 기술개발 26건 등의 성과를 냈다. 세계혁신대학랭킹(WURI) 순위도 2024년 64위에서 2025년 51위, 2026년 34위로 상승했다.
이제 과제는 성과를 지역 성장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첨단산업 인재 양성과 기업 지원 성과를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로 확산시키는 지역혁신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한밭대의 그림이다.
5월 29일 교육부와 기획예산처 합동 방문에서 우승한 국립한밭대 라이즈사업단장이 앵커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한밭대 라이즈사업단 제공)
▲'위그노'에서 '스케일업 엔지니어'로… 산업혁명의 질문을 다시 던지다
"산업혁명은 왜 1등 과학선진국 프랑스가 아닌 영국에서 일어났나?"
프랑스의 종교적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위그노들은 혁신으로 무장한 엔지니어와 숙련공, 상공인이었다. 이들의 기술과 상업 감각은 18세기 후반 영국 산업혁명의 현장에서 힘을 발휘했다. 제임스 와트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증기압'이라는 첨단 이론을 거대한 '증기엔진'으로 옮겨낸 것도 이들과 그 후손들이었다.
한밭대는 이들을 '스케일업 엔지니어'라 부른다. 발견을 현실로, 이론을 산업으로, 논문을 공장으로 끌어올린 사람들이다.
오늘날 AI 혁명이 대한민국에서 꽃피우기 위해서는 AI라는 이 시대의 '증기압'을 세상을 움직이는 '증기엔진'으로 구현할 사람이 필요하다. 한밭대는 바로 그런 스케일업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승한 RISE사업단장은 "앵커 체계는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지산학연 협력 모델"이라며 "학생 성장 체계 구축과 초광역 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과 AI 혁명을 이끌 스케일업 엔지니어를 양성하고 인재가 지역에 머무르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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