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서 만나자" 거부당하자 美서 회담 또 제안…대러 제재 '명분 쌓기' 해석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맞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종전 담판을 거듭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외교적 노력을 회피하는 푸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해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 명분을 쌓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들어서만 푸틴 대통령에게 3차례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 재벌을 통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원한다는 뜻을 전하고 공개서한까지 보냈지만 거절당했다. 최근 G7 회의가 열리는 프랑스에서 만나자는 뜻을 또 전했지만 이 역시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는 미국에서의 종전 담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거듭되는 제안에도 두 정상의 정상회담이 곧 성사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러시아 측이 내세운 정상회담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대화에 응할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 측은 영토 협상을 포함한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종전 실무협상이 사실상 멈춰선 탓에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나치 세력의 수괴'라고 주장하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점도 정상회담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제안이 순수하게 정상회담만을 위한 것인지를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공개서한에서 러시아를 북한·중국에 의존하는 나약한 국가로 묘사하고 푸틴 대통령의 고령을 콕 집어 언급해 러시아를 의도적으로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화 제안이 G7에 이어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등 줄줄이 예정된 굵직한 이벤트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외교적 노력을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불통 이미지를 부각해 대러시아 제재 명분을 쌓고 나아가 러시아를 국제무대에서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외교적 노림수는 최근 장거리 드론 기술을 앞세워 전장에서 확보한 자신감이 뒷받침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자금줄인 석유 생산이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크게 위축된 터에 제재 수위까지 높아지면 러시아가 받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러시아가 미국에서의 정상회의 기회마저 거부한다면 추가적인 압박이 필요할 것"이라며 대러시아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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