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전남 해남에 위치한 중형조선사 대한조선이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대한조선은 이달 1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 홈페이지에 상장 후 첫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신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조선은 상장 첫해 주주환원은 시작했지만 지배구조는 아직 '미완성'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주주권 보호와 이사회 독립성, 투자자 소통 체계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은 지배구조 일반정책을 비롯해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등 주요 항목별 지배구조 운영 현황을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 기준 기간은 결산월과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직전 연도(2025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다.
▲ 전체 상장사 15개 지표 평균 준수율 47.8%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기본적인 지배구조 수준과 거버넌스 운영의 투명성을 평가하기 위해 ‘15개 핵심지표’를 선정·운영하고 있다. 기업은 각 핵심지표의 준수 여부는 물론 그 판단 근거와 구체적인 운영 현황까지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분석한 대상 기업들의 ‘2025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15개 핵심지표의 평균 준수율은 47.8%로 집계됐다. 대한조선의 평균 준수율은 33.3%를 기록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15개 핵심지표 중 대한조선은 5개 지표를 준수했고 나머지 10개는 지키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주주 부문 핵심지표 중 하나인 전자투표 실시를 비롯해 △위험관리 등 내부통제정책 마련 및 운영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 여부(이상 이사회 부문) △내부감사기구에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 존재 여부 △경영 관련 중요정보에 내부감사기구가 접근할 수 있는 절차 마련 여부(감사기구) 등 5개 지표를 지켰다.
▲ 대한조선 준수율 33.3%...15개 중 10개 미준수
미준수 핵심지표 중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와 관련 대한조선은 공시대상기간 정기주주총회(제39기) 개최일은 올해 3월 31일로 주주총회의 집중일에 포함되지 않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의 주총 분산 자율준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 미준수로 표기했다“고 해명했다.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 (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미준수에 대해서는 감사팀, 준법지원인, 재무기획팀 등 감사위원회 지원 조직의 경우 업무 수행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일부 독립적인 조직구조를 갖췄지만 지원 조직의 인사조치 등에 관한 권한이 경영진에 귀속돼 있어 준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조선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사업연도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조선은 보통주 1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취득한 자기주식 43만7582주를 전량 소각했다. 이는 상장 이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긍정적인 행보란 평가다.
▲ 주당 250원 현금배당·자사주 43만7582주 소각
하지만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대한조선은 중장기 배당성향이나 목표 배당수준 등 구체적인 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아직 수립하지 않았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또 주주환원 정책을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주주에게 통지하지 않고 있으며 영문 자료 역시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개 핵심지표 중 네 번째 항목인 현금배당 예측 가능성도 미흡하다. 대한조선은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지만 실제 제39기 현금배당은 배당기준일이 지난 후에야 배당금액이 확정됐다. 투자자가 배당 규모를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이른바 '선(先) 배당액 확정·후(後) 기준일' 체계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셈이다. 대한조선 역시 보고서에서 관련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주주권 행사 지원 체계 역시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주제안 처리 절차와 기준 역시 별도 규정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 입장에선 주주제안 제도의 존재는 알 수 있으나 실제 행사 방법과 절차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 구조란 설명이다. 대한조선도 이를 미진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향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先 배당액 확정·後 기준일’ 체계 자리 못 잡아
대한조선은 상장 후 수십 차례에 걸쳐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와 컨퍼런스콜을 실시했다.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한 미팅은 활발히 진행했지만 소액주주만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소통 행사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최근 상장사들이 개인주주 대상 온라인 설명회나 주주간담회를 늘리는 추세와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대한조선이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 비중이 늘어난 상황임을 고려하면 기관 중심 IR에 치우친 소통 구조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도 "소액주주 대상 정기 소통 프로그램은 아직 운영 전"이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대응 체계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대한조선은 영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외국인 주주 전담 직원을 두고 있지 않다.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별도 연락처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영문 공시율은 0%다. 해외 기관투자자의 요청 시 국문 자료를 번역해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영문 공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 기관 중심 IR 치중·영문 공시율 0%
대한조선의 기업지배구조 선진화 측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상장 첫해'라는 이유로 다수의 제도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회사는 주주환원 정책, 소액주주 소통 프로그램, 영문 정보 제공 체계 등을 모두 향후 정비 과제로 제시했다. 반면 상장 이후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구체적 실행 일정과 성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대한조선의 현재 기업지배구조는 상장사로서의 기본 틀을 갖춰가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주주권 보호와 투자자 소통,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정보 제공 체계 등을 얼마나 빨리 구축하느냐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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