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서울에서 고령층의 대중교통 요금 지원을 지하철에 이어 버스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안이 발의됐다. 현재 서울시는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도시철도 무임승차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원 범위가 버스로 확대될 경우 연간 1000억원 안팎의 추가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16일 서울특별시의회에 따르면 교통위원장인 이병윤 시의원(국민의힘·동대문1)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발의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현행 노인복지법 상에는 어르신들의 무료 이용 수송시설을 도시철도로만 규정하고 있어 어르신들은 거주지역에 따라 교통복지에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서울특별시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고 일상생활의 이동 편의를 증진해 교통복지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발의된 조례안은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만 70세 이상 시민 가운데 서울시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시가 예산 범위 내에서 버스 교통비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시장이 매년 어르신 교통비 지원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지원 대상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따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로 한정되며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등은 제외된다.
현재 고령층 무임승차 제도는 도시철도에만 적용되고 있어 버스 이용자에 대한 교통복지 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대구·경북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미 노인 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70세 이상 시민이 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서울의 경우 촘촘한 도시철도망이 구축돼 있는 데다 버스 요금 지원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례안의 본회의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회 사무처에 따르면 만 70세 이상 시민에게 버스 무임교통카드를 지급할 경우 향후 5년간 총 5788억여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연도별로는 시행 첫해인 2027년 약 1047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며 이후 지원 대상 증가에 따라 2031년에는 1275억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더욱이 고령화 영향으로 서울시의 70세 이상 인구가 매년 약 5%씩 증가하고 있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재정 부담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교통복지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이미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 증가로 공공교통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버스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지하철 무임수송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와 달리 버스는 준공영제 체계로 운영되고 있어 추가 지원에 필요한 재원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버스 무임승차를 단순한 복지성 지출이 아닌 사회적 투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층의 이동이 늘어날 경우 소비와 문화·여가 활동이 활성화돼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부 활동 증가를 통한 사회적 고립 해소와 건강 증진 효과도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고립과 우울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교통복지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허준수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하철 경로우대 제도가 노인의 외부 활동을 늘려 건강 유지와 의료비 절감에 일정 부분 기여한 것처럼 버스 이용 지원 역시 이동권 확대와 사회적 고립 완화, 건강 증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정책 논의 과정에서는 재정 부담뿐 아니라 이동권 보장과 사회적 편익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단순히 노인 대상 버스 무상 이용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고령층의 이동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대상으로 차량 지원이나 특별교통수단을 운영하는 등 지하철·시내버스·마을버스·택시 등을 포함한 교통체계 전반을 점검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고령층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일률적인 교통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연령, 소득, 건강상태, 거주지역 등에 따라 교통 수요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추가로 ‘무임승차’라는 표현 자체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경로우대’ 등 보다 적절한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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