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더" 부르는 가챠·인형뽑기…해외는 규제, 한국은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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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부르는 가챠·인형뽑기…해외는 규제, 한국은 무방비

르데스크 2026-06-16 16:14: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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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가챠샵과 인형뽑기 전문점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무작위 보상 구조를 갖고 있다보니 과소비와 중독성, 사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미 관련 규제를 도입해 경품 가치 제한과 소비자 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별다른 규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1일 전국 만 13~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형뽑기·가챠 관련 소비태도 조사'에 따르면 인형뽑기를 이용하는 이유로는 '뽑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서'라는 응답이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지나가다가 충동적으로 이용해서'(39.0%), '동반인이 같이 하자고 해서'(34.9%) 순으로 조사됐다.

 

인형뽑기와 가챠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로 인식되는 동시에 무분별한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의 71.5%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된다'고 답했다. 또한 78.8%는 인형뽑기에 중독성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이 가운데 60%는 '인형뽑기도 중독의 일종'이라는 데 동의했다. '도박에 가깝다'는 응답도 46.7%에 달해 사행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역시 인형뽑기와 가챠 문화 확산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 개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이들이 충동적으로 용돈을 지출하거나 반복적인 이용을 통해 잘못된 소비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재미로 시작한 이용이 점차 습관화되면서 스스로 소비를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 인형뽑기와 가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아직까지 소비 개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다양한 가챠들의 모습. ⓒ르데스크

  

초등학생 자녀를 둔 김시훈 씨(43·남)는 "아이가 인형뽑기 가게만 보면 꼭 한 번은 들어가자고 한다"며 "일주일에 3만원 정도 용돈을 주고 그 안에서 해결하라고 하지만 아직 어려서 한 번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로 즐기는 것은 괜찮지만 반복적으로 이용하다 보니 어린아이 스스로 절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김유정 양(10·여)은 "친구들과 학원 가기 전에 잠깐씩 하는 편인데 같이 하면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된다"며 "처음에는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원하는 상품이 안 나오면 또 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갖고 싶은 인형이 나올 때까지 계속 하다가 용돈을 거의 다 써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와 가챠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무작위 보상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원하는 상품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용자에게 지속적인 기대감을 제공하면서 '한 번만 더'라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도박에서 나타나는 변동 보상 체계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용자의 반복 소비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인형뽑기와 가챠를 단순한 오락으로만 보지 않고 소비자 보호와 중독 예방 관점에서 접근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가챠와 인형뽑기 문화가 가장 발달한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은 제도적 규제를 통해 산업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인형뽑기 경품 가치는 법적으로 일정 금액 이하로 제한되며 현금성 경품이나 고가 상품 제공은 금지된다. 이를 통해 과도한 환금 구조를 차단하고 사행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고 있다. 즉 산업 자체는 허용하되 사행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 해외에서 인형뽑기와 가챠를 단순한 오락이 아닌 소비자 보호 및 중독 예방의 관점에서 규제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인형뽑기 가게의 모습. [사진=JAPANKURU]

 

싱가포르 역시 유사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 내무부(MHA)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인형뽑기 경품 가치를 약 100싱가포르달러(한화 약 11만원)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고가 전자제품은 사실상 경품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인형뽑기를 사행성 유사 오락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관련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벌금 부과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유럽 국가들도 소비자 보호 중심의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경품 가치를 강하게 제한하거나 인형뽑기를 도박으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소비자 보호와 도박 유사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간접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인형뽑기를 합법적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인정하는 대신 기계 난이도 설정이나 과도한 소비 유도 여부를 관리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1회 이용요금은 1파운드(약 2000원) 이하, 경품 가치는 50파운드(약 10만원) 이하 수준으로 제한된다.

 

네덜란드는 보다 엄격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네덜란드 도박당국은 가챠 시스템이 아이템 거래나 현금화와 연결되는지를 핵심 기준으로 판단한다. 일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경제적 가치와 직결된다고 판단될 경우 도박법을 적용해 과징금 부과나 시정 명령을 내리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인형뽑기와 가챠가 사실상 별다른 규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 경품 가치나 이용 연령, 이용 금액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부족해 소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용층이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와 가챠가 가진 오락적 가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무작위 보상 구조가 반복 소비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소비자 보호 관점의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무작위 보상 구조는 이용자의 기대심리를 지속적으로 자극해 반복적인 소비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은 소비 통제 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구조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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