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도 견책, 부실대출도 감봉…개혁 외친 지역농협 '솜방망이 처벌'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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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도 견책, 부실대출도 감봉…개혁 외친 지역농협 '솜방망이 처벌' 여전

르데스크 2026-06-16 15:12:3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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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역농협에서 횡령과 부실 대출, 고객정보 무단 조회 등 각종 금융 비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내부 징계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위 행위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상당수 사례가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에 그치면서 농협 조직 전반의 내부통제와 징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 특유의 폐쇄적 조직문화와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이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르데스크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공시된 농·축협 제재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동안 총 34건의 제재 사례가 확인됐다. 월별로는 1월 8건, 2월 9건, 3월 11건, 4월 5건, 5월 1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재 내용에는 횡령과 부당대출, 사적금전대차 등 금융기관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중대한 비위 행위가 다수 포함돼 있었지만 실제 징계 수위는 견책이나 감봉에 그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충북 보은농협에서는 직원 2명이 지역주택조합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횡령은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임의로 유용하는 행위로, 특히 업무상 지위를 이용한 횡령은 일반 횡령보다 더 무거운 범죄로 취급된다. 더욱이 금융기관 종사자의 횡령은 조합원과 고객의 자산을 침해하는 행위인 만큼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성이 크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에게 내려진 처분은 각각 견책과 변상 조치에 그쳤다. 견책은 신분상 불이익 없이 주의·훈계하는 수준의 경징계이며, 변상은 비위로 발생한 금전적 손실을 보전하는 조치일 뿐 징계 자체로 보기는 어렵다. 같은 농협에서는 올해 3월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한 직원이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 1~5월 지역 농·축협 주요 비위행위 제재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경기 원당농협에서도 직원 3명이 고객 예탁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기관 임직원이 고객 자산을 유용하는 행위는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징계 결과는 견책 1명, 감봉 1개월 1명, 징계해직 1명에 그쳤다.

 

금융기관 운영의 기본이 되는 시재금 관리 부실 사례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시재금은 금융기관이 일상적인 업무 처리를 위해 창구나 금고 등에 보관하는 현금을 의미한다. 지난 3월 전북 동군산농협에서는 직원이 자동화기기 시재금을 횡령해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고, 강원 속초농협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직원 2명이 각각 견책과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다. 앞서 지난 1월 제주 성산일출봉농협에서도 시재금 횡령이 적발돼 직원 3명이 각각 견책, 감봉 1개월, 징계해직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대출 업무에서도 위반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지난 3월 전북 황토현농협에서는 직원 4명이 대출한도를 초과해 대출을 실행했지만 전원이 견책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 2월 경기 수원축산농협과 충남 서천농협에서도 대출한도 초과 대출 사례가 적발됐으나 대부분 견책이나 감봉 수준의 징계에 머물렀다.

 

이 밖에도 사적금전대차, 고객 개인신용정보 무단 조회, 소송 및 법적 절차 비용 횡령, 외부 감정평가 부당 의뢰 등 다양한 형태의 비위 행위가 전국 농·축협에서 확인됐다. 금융기관의 기본적인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적발된 비위 행위의 중대성에 비해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횡령이나 부당대출 같은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상당수 사례가 경징계에 그치면서 징계의 예방 효과와 경각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협 조직 내부에 만연한 '봐주기 관행'과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여전히 개선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전국 지역농협에서 횡령과 부실 대출, 고객정보 무단 조회 등 각종 금융 비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지만 내부 징계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1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5월 경영 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강도 높은 자구책 추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특별감사에서는 내부통제기구의 부실 운영과 임직원 비위 묵인, 방만한 자금 운용, 부실 경영 등의 문제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조직 내부의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농협 조직의 수장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마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 회장은 지난해 회장 선거 전후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출국금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외 출장 과정에서 숙박비 기준을 초과해 약 4000만원을 지출한 사실과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별도의 보수를 수령한 사실 등이 지적됐다. 강 회장은 이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초과 지출한 숙박비를 반납하고 농민신문사 회장직에서도 물러났지만 농협 조직 전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농협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민관 합동 논의기구인 '농협개혁추진단'이 출범해 반복되는 비위와 부실 경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지배구조 자체가 비위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경제지주, 각종 자회사와 지역조합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구조 속에서 책임과 권한이 분산돼 있고 외부 감시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정부 농협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인 원승연 명지대 교수는 "견제 없는 자율성은 결국 폐쇄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농협 특유의 지배구조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처럼 조직의 수장부터 도덕적 해이와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일선 지역농협의 기강이 바로 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중앙회 차원의 개혁 의지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영진의 솔선수범은 물론 비위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 원칙이 조직 전체에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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