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스마트TV의 시청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5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삼성 스마트TV에 탑재된 ACR(자동콘텐츠인식) 기술이 이용자의 시청 정보를 분석·활용하는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CR은 TV 화면에 재생되는 콘텐츠를 분석해 프로그램 정보를 식별하는 기술로 콘텐츠 추천과 맞춤형 광고, 서비스 개선 등에 활용된다.
삼성측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삼성 스마트TV 설치 규모는 2025년 1분기 기준 약 6780만대에 달한다. 이용자 기반을 고려할 때 패소 시 삼성의 잠재 배상 규모가 조(兆) 단위로 커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보 취재 결과 미국에서 논란이 된 ACR기반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향후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이용자 동의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고들은 방송과 OTT 서비스뿐 아니라 게임기와 셋톱박스 등 외부 기기를 통해 재생되는 콘텐츠까지 데이터 활용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다만 해당 소송은 현재 초기 단계로 원고 측 주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 삼성 측 "이용자 동의 기반 서비스"
이번 사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당 서비스 구조가 국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ACR이 스마트TV 서비스 제공을 위해 활용되는 기능이며 이용자 동의를 전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측은 본보에 "ACR은 스마트TV 기능 제공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며 "이용자 편의성을 위해 제공되는 기능으로 사용자가 원하면 설정을 통해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TV를 최초 설치할 때 지역 설정과 와이파이 연결,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를 받고 있으며 국내와 해외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불법적이거나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현재 뉴욕 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안은 소비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제기한 민사소송으로,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삼성 측은 "앞서 텍사스주의 경우 정부 차원의 시정조치 성격이 강한 사안이었지만 현재 뉴욕 건은 소비자 개인들이 제기한 민사 집단소송"이라며 두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 "동의 받았다고 끝 아니다"…실질적 동의 여부 쟁점
법조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핵심이 데이터 수집 자체보다 이용자의 실질적 동의 여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대륜의 최한식 변호사는 "동의를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적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개인정보보호법상 동의는 자유로운 의사에 기반해야 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이용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지와 설명이 실질적으로 부족했다면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논란이나 위법성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스마트TV 설치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수집·이용 약관과 서비스 이용 약관에 대한 동의 절차가 진행된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는 긴 약관을 모두 읽기 어렵고 제품 사용을 위해 동의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 설치 현장에서는 제품 설치와 사용법 안내가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아 이용자가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충분히 인지했는지 여부가 향후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변호사는 "'동의는 했지만 어떤 정보가 수집되는지 몰랐다'라는 주장은 동의의 유효성 자체를 다투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며 "개인정보가 실제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가 인정되면 위자료를 포함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과 같은 사안이 국내에서 발생할 경우 법원은 개인정보 수집 자체보다 이용자에 대한 고지가 충분했는지, 동의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먼저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이용자가 관련 내용을 명확히 인지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뉴욕 집단소송은 초기 단계로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에서 제기된 문제가 국내와 동일한 서비스 구조와 맞물리면서 향후 국내에서도 개인정보 활용 범위와 이용자 동의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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