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인천도시공사의 요청으로 청사를 방문한 하청업체 대표가 출입 통제구역인 옥상에서 미끄러져 중상을 입었다. 법원은 인천도시공사의 과실을 인정한 가운데, 공사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면서 4년 가까운 법적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사건은 2022년 7월13일 발생했다. 유리·창호 공사업을 운영하던 하부용(당시 65세)씨는 인천도시공사 스마트기술처 직원의 요청을 받고 인천 남동구 소재 인천도시공사 청사를 방문했다. 당시 옥상 공사와 관련한 현장 확인 및 면담을 위해 청사로 불려갔다는 게 하씨 측 설명이다.
현장을 둘러본 뒤 하씨는 청사 4층 실외 휴게공간 정자에서 내려오던 중 미끄러운 바닥에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사고로 우측 외측복사 골절 진단을 받았고, 이틀 뒤 금속판과 나사를 이용한 고정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일반 민원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출입 통제구역이었다. 1층에 카드 인식 출입통제 장치가 설치돼있어 인천도시공사 직원이 직접 카드를 사용해 문을 열어줘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하씨 측은 “사고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공사 직원의 안내와 허가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사고 이후 인천도시공사가 “하씨가 담배를 피우거나 휴식을 취하려고 올라갔다가 다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하씨는 평소 비흡연자였다고 반박했다. 카드 없이는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통제구역인 만큼, 혼자 담배를 피우러 올라갔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옥상 바닥은 초록색 우레탄 방수페인트로 코팅돼 평소에도 미끄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가 오면 더욱 위험해졌지만 미끄럼 방지 시설이나 경고 표지판은 설치돼있지 않았다고 한다.
1심 법원 역시 이런 점을 인정했다. 2025년 7월23일 인천지방법원은 “휴게 공간 바닥이 우레탄 코팅으로 미끄럽고 비가 고이는 구조였음에도 미끄럼 방지 조치나 경고 표지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폭우 상황에서도 출입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천도시공사의 과실 비율을 60%로 인정하고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포함해 약 1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실상 공사 측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는 판결 직후 항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공사 측은 여전히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하씨는 식도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2025년 서울대병원 의무기록에는 식도 내 다발성 종양과 주변 림프절 전이 소견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씨 가족은 “인천도시공사의 요청으로 방문한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고 법원도 공사의 과실을 인정했지만, 공사는 끝까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암 투병 중이고 가족들도 수년째 이어지는 소송에 지쳐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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