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정치인과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러나 어떤 정치인의 퇴장은 유독 마음을 오래 붙든다. 오늘 기자실을 떠나는 최호정의 뒷모습이 그랬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들의 박수가 이어졌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최 의장은 문득 기자실을 둘러봤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듯 울 듯 한마디를 던졌다. "이 아저씨 보면 눈물 나."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치권에서 숱한 만남과 이별을 지켜봤고, 권력의 부침도 수도 없이 목격했지만, 이날 만큼은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정치인 한 명의 퇴장이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과의 이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 최 의장에게 농담처럼 말했다. "의장님은 항상 엄마 같아요." 그러면 그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예요, 오라버니." 그는 항상 강인하고 패기찬 정치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있었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따뜻함,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배려, 그리고 기자들에게도 늘 예의를 잃지 않는 태도가 생활속에 배어 있었다.
정치인은 많지만, 인간적인 온기를 주는 사람은 생각보다 흔치 않다. 최 의장은 누구보다 '언론'을 잘 이해하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아버지인 최시중 선배 기자의 영향 아래 그는 늘 이렇게 말했다. "저도 언론 밥을 먹고 자랐습니다." 이 말속에는 언론에 대한 감사가 한껏 묻어 있었다.
실제로 그는 기자를 단순한 취재 상대나 관리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때로는 기사 때문에 섭섭할 법도 한데, 끝내 사람을 놓지 않았다. 기자실에 오면 늘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고, 선후배 기자들을 살갑게 챙겼다. 그래서일까. 오늘 기자실을 떠나는 그의 발걸음이 유독 무겁게 느껴졌다.
정치의 세계는 냉정하다. 선거가 끝나면 웃는 사람도, 우는 사람도 생긴다. 권력은 늘 이동하고,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그러나 정치인의 진짜 품격은 자리에 있을 때보다 떠날 때 드러난다. 오늘 최 의장의 퇴장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품위가 있었다. 짧은 인사 속에 감사와 아쉬움이 함께 배어 있었다.
정계를 아주 떠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길목인거 같아 더 마음이 아픈지도 모르겠다.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은 끝나지만, 사람 최호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같은 서초구민으로, 오랜 인연의 한 사람으로, 또 서울시정을 함께 지켜본 동행자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떠나는 사람을 많이 본다. 장관도, 시장도, 구청장도, 대통령도 결국 퇴임 인사를 남기고 떠난다. 그러나 이상하게 어떤 사람은 뒷모습이 오래 남는다. 오늘 기자실 문을 나서던 최 의장의 표정이 그렇다. "이 아저씨 보면 눈물 나."하며 퇴장하는 그 한마디에 오히려 나도 눈물이 날 뻔했다. 최 의장, 참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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