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국의 소비 지표가 약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내수 부진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5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6% 하락했다고 연합뉴스에 따르면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했다. 4월 0.2% 플러스에서 한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 수치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0.0%마저 하회했으며, 2022년 12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농 간 소비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농촌 지역 소비재 매출은 1.5% 늘어난 반면, 도시에서는 오히려 0.9% 줄었다. 소비 유형별로 살펴보면 상품 판매가 0.7% 감소한 가운데 외식 분야만 0.6% 증가세를 보였다.
생산 현장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달 산업생산은 4.5% 성장해 전월 실적 4.1%와 전문가 예상 4.3%를 모두 웃돌았다. 부문별로는 전기·열·가스·수도 공급업이 7.6%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고, 제조업 4.4%, 광업 2.3% 순이었다. 특히 첨단기술 제조업이 15.1%, 설비 제조업이 9.5% 뛰며 전체 성장을 이끌었다.
기업 형태에 따른 분류에서도 국유기업 3.7%, 민간기업 2.7%의 생산 증가가 확인됐다. 주식회사는 5.2%, 외국인 및 홍콩·마카오·대만 투자 기업도 1.9% 늘었다.
투자 지표는 우려를 더한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고정자산투자는 4.1% 감소해 1~4월 집계치 마이너스 1.6%에서 낙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시장 예상(-2.0%)을 크게 밑도는 부진이다. 부동산 개발 투자는 16.2%나 줄어 전 분기 대비 위축세가 가속화됐고, 제조업 투자도 0.4% 뒷걸음질쳤다. 인프라 부문만 0.6% 소폭 증가했다.
주택시장 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5월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3.5% 떨어져 전월과 같은 하락폭을 유지했다. 다만 전국 도시 실업률은 5.1%로 전달 5.2%에서 소폭 개선됐다.
왕관화 국가통계국 대변인 겸 국민경제종합통계국장은 5월 경제가 전반적으로 순탄하게 운영되며 회복 탄력성을 유지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외 환경의 복잡성 증대와 수급 불균형 심화를 우려했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상당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어 회복 기반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안정 성장을 뒷받침할 정책 수단이 충분하며 국제 에너지 가격의 국내 파급 효과를 지속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글로벌 인공지능 투자 열풍이 세계 최대 제조국인 중국의 수출 호조를 도왔지만 내수 확산에는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판매는 5월까지 8개월 연속 뒷걸음질쳤고, 5일간 이어진 노동절 연휴도 소비 진작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바꿔주는 정부의 이구환신 정책 효과가 갈수록 희석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로이터는 중국 경제가 '두 가지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수출 부문은 양호한 성과를 거두는 반면, 장기간 이어진 부동산 불황 속에 내수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10일 발표된 물가 통계도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한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1.2% 상승에 그쳐 예상치 1.3%를 밑돌았으나, 생산자물가지수는 3.9% 급등하며 2022년 7월 이후 가장 큰 오름폭을 기록했다. 로이터는 생산자물가의 가파른 상승과 정체된 소비자물가 사이의 괴리가 공급 성장 속도를 수요가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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