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산 김이 전 세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독보적인 수출 효자 종목으로 부상했다.
전남 고흥 김 육상 양식장. / 전남도
해양수산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김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11억 3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김 수출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수산식품 수출액 역시 전년보다 9.7% 늘어난 33억 3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전 세계 120여 개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김은 글로벌 마켓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바다의 반도체' 혹은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과거 서구권에서 김을 '바다의 잡초(Seaweed)'라 부르며 기피하던 인식은 최근 몇 년 사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 김은 칼로리가 낮고 영양이 풍부한 '웰빙 다이어트 스낵'으로 완벽히 재평가받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기존의 감자칩이나 탄수화물 간식을 대체하는 건강한 스낵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국내 식품업계가 글로벌 인구의 다양한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기존의 소금 가미 방식을 넘어 와사비맛, 바비큐맛, 치즈맛, 불닭맛 등 다채로운 시즈닝을 가미한 스낵형 김 제품을 잇달아 선보인 점도 흥행 돌풍의 핵심 요인이다. 틱톡이나 유튜브 등 글로벌 SNS에서 한국산 김에 밥을 싸 먹거나 칩처럼 즐기는 영상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번진 점 역시 수요를 폭발적으로 견인했다. 미국, 일본, 중국 같은 전통적인 수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지역까지 소비층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산 김의 위상은 날로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처럼 폭발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고 김 원초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국내 식품업계는 기존의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김을 기르는 육상 양식 기술 개발과 상업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다가오는 8월 충청남도 천안 지역에 '육상양식 김 상업화 시설'을 착공한다. 이 생산 시설은 다수의 수조와 배양 설비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시설이 완공되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그동안 겨울철에만 제한적으로 수확할 수 있었던 김을 계절에 상관없이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길이 열린다.
김 자료사진. / masa44-shutterstock.com
CJ제일제당의 육상양식 상업화 시설은 내년 상반기 중에 완공될 예정이며, 이곳에서 길러낸 물량은 대표 브랜드인 '비비고 김' 제품군으로 만들어져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공급된다. 기업 측은 이러한 상업화 생산 기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고 미래 지속 가능한 먹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실제로 CJ 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부터 이미 김 육상양식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개발(R&D)을 장기간 진행해 왔다. 지난 4월에는 유망 한식 요리사를 육성하는 프로젝트인 '퀴진케이(Cuisine.K)'의 오닐팀이 운영한 팝업 레스토랑을 통해 육상양식으로 제조한 김의 맛과 품질을 미리 검증받기도 했다.
당시 레스토랑에서는 '김 튀일 한우타르타르'를 비롯하여 김과 김 장아찌로 맛을 낸 광어회, 깊은 맛의 '김 국', 이색적인 '김 가루 아이스크림' 등 김을 활용한 다채로운 요리를 상에 올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에 착공하는 시설이 K-푸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개척하는 핵심 전초 기지가 될 것이라며 상업화 공정에 더욱 속도를 내어 국내외 소비자가 언제든 신선한 비비고 김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풀무원 역시 김 육상양식의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풀무원은 최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내에 '김 육상양식 R&D센터'를 짓는 첫 삽을 떴다. 이 곳에서는 통제된 환경에서 김을 안정적으로 길러내는 육상양식 기술을 검증하고, 향후 대규모 산업화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시험대(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번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국책 과제인 '지속가능한 우량 김 종자 생산 및 육상양식 기술개발'과 연계하여 진행된다는 것이 기업 측의 설명이다. 풀무원은 1단계 사업으로 이번 시험 시설을 건설해 운영한 뒤, 여기서 도출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2단계 확장 사업을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푸드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역량을 결집해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새로운 표준 모델을 만들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미래 수산식품 산업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김 육상양식은 실내 공간에 실제 바다와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조성하여 김을 재배하는 첨단 기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김의 인기가 치솟으며 전 세계적인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반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해상 양식 방식은 생산량의 변동성이 날로 커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응해 계절과 기후 변화의 제약 없이 균일한 품질의 원초를 안정적으로 대량 확보할 수 있는 육상양식이 미래 수산식품 산업을 바꿀 혁신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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