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 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원격 서명했다는 것이 15일(이하 현지시간) 확인됐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만나 대면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밴스 부통령이 MOU 전문을 이번 주 내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힌 가운데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구적 종전의 조건으로 이란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데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동결자금 및 제재 해제는 이란 핵프로그램 해체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쟁점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에 대해서는 양측이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 영구 면제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란은 해상 서비스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내에서는 이번 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 운영과 이란의 핵 포기, 이란의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한 핵심 쟁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전 MOU, 이란 핵무기 포기·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핵심
19일 실무협상 돌입 전망…美협상단 밴스가 이끌듯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공식 서명식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 이란 측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먼저 온라인 방식으로 서명 절차를 마친 것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15일 취재진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갈리바프 의장과 함께 문서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밴스 부통령도 이날 CBS에 출연해 "전문은 이번주 내 공개할 계획이며, 국민들이 이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며 MOU 내용에 관해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보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내용"이라고만 개략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 "MOU는 한 페이지 반 분량의 매우 대략적인 문서"라며 "향후 기술적 협상을 통해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이번 서명으로 즉각적인 동결자금 해제나 제재 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이 농축 우라늄 폐기나 검증 체제 수용 등 '작은 제스처'를 취하면 경제적 보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철수 문제는 이번 MOU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이란과의 합의에 불만을 표하는 이스라엘을 달래는 동시에, 중동 지역 병력은 핵협상 진행 기간 동안 유지하다가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MOU 서명식을 가진 뒤 곧바로 1차 실무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5일 실무협상에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이란의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중재국으로 참여해 온 파키스탄 및 카타르 관계자들도 참석해 다음 단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종전 MOU 발표 직후부터 '입장차'…호르무즈 해협·동결자금 쟁점 부각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타결을 발표했지만,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두고 하루 만에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대해 양측은 MOU 서명과 동시에 해협이 재개방되고 미국의 대이란 봉쇄가 해제된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전쟁 이전처럼 상선들이 통행료 없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행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이란은 60일간만 무료 통행을 허용하고 이후에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고위 당국자 역시 "60일간 무료 통행이 명시돼 있으며 이후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시점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완전히 열릴 것"이라고 했지만, 미 당국자는 "2주 내 정상화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동결자금 문제 역시 첨예하다. 이란은 MOU 서명과 동시에 일부 동결자금(약 120억 달러)이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핵 포기와 검증 절차 이행에 연계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해제는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는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저강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이란이 '선(先) 동결자금 해제'를 고집할 경우 MOU 자체가 초반부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적 구속력이 낮은 MOU마저 이행이 흔들리면, 60일간의 핵협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美전문가들 "핵심 쟁점 여전히 미해결…트럼프, 전략적 실패"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 타결을 발표했지만,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운영, 이란의 핵 포기, 제재 완화 등 핵심 쟁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하고 오는 19일 서명식을 앞두고 있지만, 후속 협상을 통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합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선임연구원은 "후속 합의 없는 MOU는 불안정하다"며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이란의 핵 양보, 제재 완화와 관련한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MOU가 당분간 충돌을 중단하고 협상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괴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빅토리아 테일러 국장은 이번 이란전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실패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군사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고, 오히려 이란 강경파의 입지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능력을 세계 경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지렛대로 입증했다"며 향후 협상에서 이를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에너지 시장 정상화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랜던 데렌츠 애틀랜틱카운슬 부회장은 "에너지 시장은 확실성을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현재 재고 수준은 수년 만에 최저치"라며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란 자금 해제와 제재 완화의 순서가 향후 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 제한 여부,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문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등이 협상 과정에서 추가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 보수진영 강경파 "굴욕적 합의" 반발 확산
미국 내 보수진영, 특히 강경파를 중심으로 불만과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공개적 문제 제기의 신호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15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란의 관점이 미국 협상팀의 주장과 다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최종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은 비교적 절제된 수준이었지만, 다른 보수 인사들의 반응은 훨씬 직설적이다. 보수 논객 에릭 에릭슨은 "트럼프는 이란에 항복했다. 미국인을 죽여온 이들이 이 합의를 좋아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JD 밴스 부통령의 "이란 지도부가 미국에 대한 47년간의 적대 행위에 유감을 표명했다"는 발언에도 "젠장"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이번 합의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2015년 이란 핵합의와 유사하다며 "이란에 3천억 달러 재건 기금을 제공하는 것은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치가 권력을 잡은 독일에 마셜플랜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보수 성향 잡지 내셔널리뷰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는 미국을 오바마의 실패한 이란 핵합의로 되돌려놓을 수 있다"며 합의문 공개를 촉구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마크 레빈 역시 "왜 우리는 그 빌어먹을 MOU를 볼 수 없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MOU 체결 전부터 이란과의 협상 자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란을 신뢰할 수 없으니 압도적 군사력으로 제압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종전을 서둘러야 했던 만큼, 핵협상을 뒤로 미룬 이번 MOU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굴욕적 합의'로 비칠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야당인 민주당도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의 전쟁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며 "이란 정권은 이전보다 더 급진적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보다 이란의 통제력이 강화됐다.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높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국민은 합의 세부사항과 완전한 투명성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즉시 의회에 보고하고 이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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