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형식적 동의 받아 조사 강행"…재발 방지 권고
(서울=연합뉴스) 양수연 기자 = 경찰이 임산부 피의자를 상대로 장시간 심야조사를 벌인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경찰청장에게 소속 수사관들의 심야조사 관행을 점검하고 관련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경찰청장에게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임신 상태였던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세 차례 모두 이른 오전부터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약 13시간 동안 서울청 수사관의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세 번째 조사를 받은 다음 날 복통을 겪고 유산했다. 이후 A씨는 "수사관의 심야조사 강행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유산에 영향을 미쳤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해당 수사관은 인권위에 "심야조사를 강제한 사실이 없고, A씨가 심야조사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답변했다.
법무부 수사준칙 제21조는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심야조사는 원칙적으로 제한되지만 ▲ 피의자 체포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또는 신청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 ▲ 공소시효가 임박한 경우 ▲ 피의자 등이 재출석이 곤란한 구체적 사유를 들어 심야조사를 요청하는 경우 등에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조사 결과 해당 사건에서는 수사관이 "조사량이 방대하다"며 심야조사의 불가피성을 A씨에게 먼저 알렸고, 이에 A씨가 '연내 조사 희망', '신속한 조사를 위해 요청함'이라는 사유를 적어 심야조사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재출석이 곤란한 구체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수사관의 심야조사 요청에 따른 A씨의 형식적 동의는 수사기관의 강압 수사 관행을 근절하고 허위 자백 등의 인권침해 발생을 방지하고자 하는 수사준칙을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수사관이 A씨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심야조사 및 장시간 조사 가능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재발 방지를 위해 심야조사요청서 작성 시 피의자 등의 재출석이 곤란한 구체적 사유를 명확히 기재하도록 하고, 피의자 등이 건강 상태를 수사관에게 고지한 경우 조서 등에 필수적으로 기록하게 할 것 등을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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