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이 초래한 선거 파행···실무자도 유권자도 외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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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이 초래한 선거 파행···실무자도 유권자도 외면당했다

포인트경제 2026-06-16 11:13: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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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 행정이 부른 7천장 펑크
선관위 책임 회피 현장만 독박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 7월 초까지 한 달간 예고된 집회 대오를 마주하며 현장 상황을 관리하는 이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투표지 부족 사태가 불러온 후폭풍의 최전선에서 국가 기관 간 공조의 문제점과 이를 바라보는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침묵이 동시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 파행은 예산 절감을 이유로 투표지 인쇄량을 줄인 선관위의 ‘탁상 행정’에서 출발했다. 게다가 개표 과정에서 발생한 수백 표의 데이터 불일치와 일선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는 선관위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정작 유권자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이상하리만큼 들리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 예산 절감 앞세운 지침 변경···전국적인 용지 부족 자초

​이번 참사는 선관위가 자초한 구조적 결함임이 선관위 자체 발표 자료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증명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본투표 투표지 인쇄 하한선을 기존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하는 지침 개정을 단행했다. 예산 절감과 행정 편의를 앞세운 결정이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오직 당일투표, 종료 즉시 현장 수개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오직 당일투표, 종료 즉시 현장 수개표’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일선 지역 선관위에서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의 본투표 몰림 현상으로 인한 용지 부족 우려를 전하며 인쇄 하한선 완화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중앙선관위는 이를 끝내 묵살했다. 그 결과 전국 투표소에서 7000장이 넘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는 초유의 헌정사 사태로 귀결됐다.

​◆ 부산 94개 투표함서 오차 발견···선거무효 소청 국면으로

​여기에 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객관적 데이터 불일치 사태까지 더해졌다. 지난 15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김형철 부산시의원 부산광역시장 선거무효 소청 제기 기자회견에 따르면 공직선거법상 반드시 일치해야 할 ‘투표용지 교부 수’와 ‘실제 개표된 투표지 수’가 어긋나는 오차가 무더기로 확인됐다.

​확인된 구·군별 수치만 해도 강서구 8건, 금정구 14건, 사상구 23건, 북구 16건 등 총 94개 투표함에서 318표의 증감이 발생했다. 특히 북구 일부 사전투표에서는 수십 표 단위의 차이가 났다. 이번 지방선거 광역의원 선거에서 적게는 26표 차이로 당락이 갈린 현실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부산시선거관리위위회 앞 보도블록 벽면에 ‘사전투표 폐지’ ‘당일투표 수개표’ 등 시민들이 직접 제작해 세워둔 피켓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부산시선거관리위위회 앞 보도블록 벽면에 ‘사전투표 폐지’ ‘당일투표 수개표’ 등 시민들이 직접 제작해 세워둔 피켓들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야당의 진상 규명 속 입닫은 범여권과 지역 시민사회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선관위의 고질적인 공조 부실과 책임 회피 속에 현장의 무거운 짐은 유관기관 실무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A씨는 “문제가 생겨 확인을 요청하면 돌아오는 답은 늘 ‘인원이 없다’는 말뿐”이라며 “사고는 선관위가 치고 뒤수습과 위험 관리는 온전히 우리 실무진 몫이 됐다”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이 초유의 사태를 대하는 정치권의 극명한 온도 차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소청 제기와 기자회견을 통해 연일 날카로운 진상 규명 목소리를 내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진영은 이례적일 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다. 주권자의 소중한 한 표가 훼손되고 데이터 오류가 드러난 상황임에도 이들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방관하는 모양새다.

평소 권력과 정책, 제도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던 지역 시민사회 역시 구체적인 민심의 파행 현장에는 입을 다물며 범여권의 무관심에 동조하고 있다. “단 1표라도 설명되지 않는 선거는 민주주의의 신뢰를 흔든다”는 유권자들의 외침 속에 공정선거라는 헌법 가치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며 침묵하는 이들의 공백에 대해서도 통렬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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