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스1
지방선거 책임론과 8월 전당대회를 둘러싼 '명청(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갈등'이 노골화된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도 정 대표 제어가 안 된다는 말이 청와대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청와대는 양측의 가교 역할을 해온 정무라인 기능도 사실상 멈췄다고 시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노컷뉴스에 "정무라인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해도 정 대표 측이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은 사실상 최후 수위에 가까운데, 그럼에도 공개 메시지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당내 갈등이 제어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정 대표 입장에서는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밀리면 정치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큰 만큼 이판사판으로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제어하려 하지만 잘되지 않고 있고, 결국 양측 모두 사즉생의 각오로 맞서는 국면이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릉시장 탈환 등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일부 성과를 언급하며 "어려운 지역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민주당의 패배로 규정하는 시각에 선을 그은 셈이다.
이 발언은 이 대통령이 재차 여당에 '포용 정치'와 '책임 정치'를 강조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 "집권 여당은 책임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썼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정 대표를 향한 공개 경고로 해석하는 기류가 강하다.
해외 순방 중 나온 이례적 메시지인 데다, 앞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미 경고성 메시지를 냈음에도 당 지도부가 물러서지 않자 추가로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정 대표의 발언은 사실상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 대통령의 질타는 반복되고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민주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연임 도전을 위해 이르면 19일 대표직을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는 현직 대표가 차기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면 미리 사퇴하는 것이 관례다.
차기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오는 8월 17일 열릴 예정이며, 정 대표 외에 김민석 국무총리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재입성한 송영길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대표는 임기 2년으로, 2028년 총선 공천권까지 쥐게 된다.
친명계와 중진들을 중심으로 정 대표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정 대표와 여러 차례 각을 세워온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정 대표가 '정권은 짧다'는 발언으로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정청래 대 김민석·송영길'에서 '정청래 대 이재명 대통령'으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표가) 정권은 짧다고 위협적인 발언을 한 이후부터 후보들 지지율이 갑자기 벌어졌다"며 "지지층이 대통령을 보호해야겠다며 결집했다. 아마 더 벌어질 것"이라는 말로 당원들 사이에서 정 대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5선의 박지원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보통 대통령과 당 사이에 알력이 생기면 언론이 당 편을 드는데, 지금은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 대통령 편을 들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하면 호남에서 정 대표 지지율이 급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의 연임 도전에 대해서는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본인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벽오동 심은 뜻'을 알 것"이라며 불출마를 권고했다. 박 의원은 '벽오동 심은 뜻'을 "책임지고 나가라는 것" 의미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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